정운찬(사진) 서울대 총장은 14일 "총장 임기 내에 신규 임용 교수의 상당수는 국내박사 중에서 채용하도록 권장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장은 "국내 박사를 전혀 교수로 채용하지 않으면서 대학원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내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은 우수한 학생들이 무조건적인 외국박사 선호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국내박사 채용 장려 방안을 구상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총장은 "국내박사 가산점제나 쿼터제 등은 역차별 논란이 우려돼 도입이 쉽지 않다"며 "우선 이번 신학기부터 실시되는 박사과정 학비 면제를 전면 확대해 대학원의 연구여건부터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올 1학기부터 박사과정 학생의 50%에 등록금 전액 면제와 월 6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한다.
이와 관련, 최근 교수 신규임용 결과 미국박사 일색이던 서울대 이공계 대학 교수진에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교수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
서울대에 따르면 최근 대학본부로부터 신규 교수임용 승인을 받은 박사 학위자 중 국내박사의 비율이 농생대 50%, 공대 38%로 급증했다. 농생대는 2004년 2월 현재 전체 102명의 교수 중 국내박사가 3명뿐이었으나, 1년새 5명이 늘어나 국내박사 비율이 2.9%에서 6.3%로 증가했다. 2004년 8월 임용된 3명의 교수 중 2명, 올 2월 임용 예정자 6명 중 절반인 3명이 ‘비(非)유학파’다.
공대는 지난해 8월 신임교수 6명 중 2명, 올 1월에도 8명 중 3명을 ‘토종박사’로 채용했다. 현재 전체 교수 294명 가운데12.9%(38명)가 국내박사인 공대는 지난 3년간 임용한 44명의 교수 중 국내학위 취득자가 25%인 11명이나 됐다. 국내박사 비율이 11%인 자연대도 최근 2년간 채용된 41명의 교수 중 25%(10명)가 국내박사이며, 20일 대학본부의 최종 승인을 앞둔 임용추천자 6명 가운데 1명도 국내박사다.
조성인 농생대 기획실장은 "이공계에서 국내박사 학위자가 서울대 교수로 대거 채용된 것은 괄목할 만한 변화"라며 "1990년대 이후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 대폭 늘어나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외국박사 학위자들이 교수진을 형성하면서 국내 대학원의 연구 여건이 급성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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