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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환경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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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환경의 역습

입력
2005.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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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에는 보이는 것과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다른 경우가 있다. 이번에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이 좋은 예다. 드러난 사실은 진도 규모 9.0, 진원심도 약 6km, 압축응력과 수직단층에 의한 두꺼운 암석판의 운동으로 거대한 해일을 만들어내 인류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구 자신에게는 살아 버티려는 몸부림이었을지 모른다. 거대한 해일은 해안 저지대의 토양을 뒤집어 더욱 비옥하게 해준다는 지질학적 해석도 있다.

러브록 교수의 ‘가이아 이론’이란 것이 있다. 가이아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범지구적 실체로서,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이론이다. 즉 지구는 자기 조절을 위한 능동적 기능을 통해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에게는 재앙인 이번 지진해일도 지구라는 유기체에게는 간단한 자기복구 과정이었다는 말이 된다. 일리 있는 해석이나 뒤끝이 깨끗하지는 않다. ‘과연 인간의 의지로는 재앙을 막을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자연현상 이면의 범접할 수 없는 진실 앞에 인간의 존재가 참으로 초라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해일로 인한 피해지역은 대부분 해안가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해안가에 인공구조물이 만들어졌고, 어느 정도 인구도 모이게 됐다. 인명피해가 커진 것은 이 때문이다. 자연의 놀라운 현상 가운데 해안가의 사구라는 존재와 갯벌의 역할이 있다. 사구는 소금기를 걸러주며 맑은 물을 인근 주민에게 제공하고 폭풍이나 해일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갯벌은 해안 습지로서 하천에서 흘러나오는 온갖 오염물질을 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바다쪽에서 오는 폭풍이나 해일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 잠재운다. 이는 원래의 자연 그대로가 어떠한 방파제나 인공구조물보다 자연의 공격을 막는 방어막 역할을 잘 해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의 삶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연을 개발한다고 해도 적어도 자연의 이런 역할을 잘 알고 활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연재해는 이 같은 인간의 무지함에 대해 가차없이 경종을 울린다.

또 한가지 짚어야 할 것은 이번 후진적 경보시스템이다. 이번 피해지역은 환태평양지진대의 판구조상 지진다발지역이어서 이미 지진진동 감지시스템이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 적절한 시기의 경보가 오로지 미군에게만 전달되고 일반 주민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환경재해의 피해는 대체로 그 사회의 약자들에게 집중된다. 똑같은 재앙에 약자들만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면 그것은 ‘환경 부정의(不正義)’의 문제가 된다. 개발로 이익을 본 국가나 가진 자들은 평소 환경피해와 관련한 대비책을 세워 놓았거나 위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환경과 인권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 지진해일의 피해지역을 살펴봐도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시스템이 취약한 지역에서 피해의 정도가 더 확대됐다는 것과 그 피해의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의해서 살펴보면 자연이 주는 경고는 매우 많다. 자연의 경고로부터 인간이 배워야 할 가치는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겸손함이다.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면 반드시 인간의 삶의 질을 더 크게 훼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더불어 국제적으로는 교토의정서의 기후변화협약을 거부하는 미국 같은 존재들로 인해 그 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 ‘투모로우’에서와 같은 재앙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과, 우리나라에서 새만금과 같은 갯벌을 파괴했을 때 지구라는 가이아가 어떠한 자기복구활동을 할지 모른다는 사실도 꼼꼼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성오 환경운동연합 상근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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