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아침 부실도시락 사건의 대책을 논의하는 당정협의에서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은 "부실 도시락 제조업자들은 불량식품 업자들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또 일어났다", "참 가슴 아프고 낯이 뜨겁고 정말 눈물이 나는 일"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회의에서는 도시락 급식단가를 2007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추경을 편성해 지원 대상 공부방을 늘리는 등의 대책이 마련됐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이 같은 대처는 사후약방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에 급식대상 어린이 수가 3만9,000명에서 25만명으로 확대됐는데 전달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왜 한번쯤 생각지 못했을까. 보건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복지관련 업무를 이관받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을까. 서민생활을 챙기겠다던 정부는 공부방 지원 예산을 왜 소홀히 편성했을까.
김근태 복지부 장관조차도 "이번 일은 시민의 고발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고 고백할 정도로 사회안전망은 부실한 데다 가동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소는 잃었더라도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 한다. 지난 연말 대구에서 한 어린이가 어처구니없이 굶어죽은 사건이 났을 때도 정치권은 한차례 법석을 떨었었다. 복지부가 사회복지사 등 현장인력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시정됐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새해 들어 정부와 여야는 누구랄 것도 없이 민생경제를 강조하며 ‘현장 속으로’를 구호로 내걸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들의 문제에서만큼은 더 이상 공수표를 남발해서는 안될 것이다.
양정대 정치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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