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원래 매우 가난했다. 하지만 가난하다고 조롱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난은 스스로 선택한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선물 거래를 통해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점성술로 그 해 날씨를 미리 예측한 탈레스는 올리브가 풍작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그 지방의 올리브유 생산용 압착기를 모두 빌리기로 소유주들과 계약을 맺었다.
실제로 그 해 올리브 농사는 대풍작이었다. 농부들은 올리브유를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많은 웃돈을 주고 탈레스가 빌려놓은 압착기를 대여할 수 밖에 없었다.
일본에서는 17세기 경 오사카 근교 도지마 지역 거상(巨商)의 사랑방에 많은 상인들이 모여 그 해 생산될 쌀을 주고 받을 것을 미리 약정한 물표를 거래했다고 한다. 거상 집은 지금의 선물거래소와 흡사한 기능을 수행했던 셈이다. 현대적 의미의 선물거래소 효시는 1848년 미국 시카고에 설립된 상품거래소이다. 여기서는 밀 옥수수 커피 등의 농산물을 주로 거래함으로써 기후가 급변해도 농산물가격이 안정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이렇듯 선물 거래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으나, 금융선물 거래는 1972년에야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우리나라에는 1996년 코스피200 주가지수선물을 시작으로 1999년 선물거래소 출범과 함께 본격 도입됐다. 현재 코스피200 옵션은 세계 1위의 거래량을 기록할 정도로 국내 선물시장은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뤘다.
선물 거래를 통해 누구나 탈레스 같은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선물 거래 본연의 기능은 가격변동의 리스크를 잘 관리해 기업과 가계자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있다.
하지만 점차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선물시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주식 채권 외환시장의 흐름도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과 현명한 재테크를 추구하는 개인들에게 ‘선물의 이해’는 마땅히 갖춰야 할 무기인 셈이다.
김건태 선물거래소 시장홍보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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