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13일 국토연구원의 새 한반도 산맥지도를 교과서에 반영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잃어버린 우리산맥’을 되찾기 위한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교과서 산맥체계를 고치는 것은 우리 지리학계가 100년 넘게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온 해묵은 학문적 오류를 바로잡는 것일 뿐 아니라, 국토 곳곳에 스며 있는 일제 잔재를 비로소 청산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 교과서 산맥오류 언제 고쳐질까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한반도에는 현행 지리교과서나 사회과부도의 14개 산맥체계와는 달리 모두 48개(1차산맥 1개, 2차산맥 20개, 3차산맥 24개, 독립산맥 3개)의 산맥들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 상태. 이는 위성영상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토대로 한 과학적 연구결과이긴 하지만 교과서에 반영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의견수렴과 합의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국가지도제작을 전담하는 건설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표기 수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와 관련, 국토지리정보원은 "새 산맥지도가 과학적 실측결과인만큼 필요하다면 지도표기를 바꾸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학계에서 이론적 검증을 거쳐 학회 등을 통해 ‘통일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게 전제다.
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지도에서 작은 지명 하나 바꾸는데도 각급 지명위원회의 오랜 논의를 거치는 법"이라며 "이번 경우도 학술적으로 특별한 이견이 없을 정도의 이론적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역시 이날 "국토연구원의 산맥지도는 그 동안 정설로 받아들였던 산맥지도와 완연히 다른 만큼 관련 학계의 검토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산맥체계 개편 둘러싼 논란 가열될 듯
따라서 전체 산맥체계에 대한 지도표기 수정이나 교과서 개편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재야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번에 과학적으로 실체가 재확인된 백두대간(1차 산맥·백두산에서 지리산을 잇는 산줄기)부터 지도와 교과서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백두대간 일대의 훼손을 막기 위한 ‘백두대간보호법’이 올해부터 정식 발효돼 법적 근거도 생겼기 때문에 우선 백두대간부터 교과서에 반영한 뒤 나머지 산맥들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토연구원과 녹색연합은 이런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2월 중순 교육부 및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 지리학자, 일선 학교 지리교사 등이 참여하는 공개 학술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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