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연두회견은 올해 국정의 중심을 경제 살리기에 두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모두 발언의 거의 전체를 경제 문제에 관한 언급으로 일관한 데서 이를 읽을 수 있다. 경제와 민생에 치중하고자 하는데 정권과 여야가 합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 어렵게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다행스럽고,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이는 회견의 형식이 그렇다는 것일 뿐, 내용에 있어 새롭게 실질적인 평가를 할 대목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알맹이 없는 회견이라고 깎아내릴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앞으로 구체적 정책을 통해 실천을 수반할 것인지를 지켜보려 한다. 노 대통령은 "다음 정부가 출범할 때 선진 한국호의 열쇠를 넘겨주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희망했지만 이는 메시지나 구호만으로 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이와 함께 갖게 되는 유감이 또 있다. 지난해 경제 실정은 잘못된 국정순위 때문이라는 숱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다른 생각을 견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 대표적 사례인 국가보안법 문제만 해도 노 대통령 자신이 이를 촉발하고서도 그 책임을 야당으로 돌리는 인식을 보였다. 교육 부총리 인사파동에 대해서도 "잘못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말로 뭉뚱그리면서, 실질적 최종 책임자인 비서실장의 유임에 대해 가타 부타 언급 없이 넘겼다. 이로 인해 소위 실용노선이니 ‘뉴 노무현’이니 하는 관측이 나돌았으나 정작 노 대통령 자신은 "노선 문제를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자신을 ‘개혁인사’로 유지시키고자 애썼다. 실망스럽다.
"나는 변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그렇게 본다면 잘된 일"이라는 식인데, 이는 이중적이다. 경제를 위해 모든 부문의 역량을 집결시키려면 대통령부터 달라졌음을 강하게 과시해야 할 텐데, 이 점이 인색하고 아직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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