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은행대전’의 주요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유망 중소기업 대출’ 분야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연초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은행장이 직접 고객을 찾아 나서는 ‘방문 세일즈’까지 벌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13일 1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특별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기술력 등 경쟁력을 갖춘 유망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0.5~0.7% 깎아주는 한편 반월, 시화, 창원 등 전국 주요지역의 공장담보비율을 5~10%포인트 상향 조정해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내용이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이날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의 중소기업체들을 방문해 기업의 애로와 건의사항을 들은 뒤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책을 설명했다. 김 행장은 이어 8개 중소기업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기업에서 월급을 받는 은행원의 입장에서 기업과 은행이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대출공급 규모를 지난해보다 5.3% 늘린 20조원으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7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중소기업 경영자 초청 행사를 가진데 이어 14일 인천 남동, 주안 공단지역의 중소기업 경영자 200여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지원 설명회를 개최한다. 강 행장은 27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총 2,000여명의 중소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지원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보다 25% 늘린 5조원을 중소기업에 공급할 예정이며 우리은행은 5조원을 중소기업에 풀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2조3,000억원 지원과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산업·기술평가자문단을 운영하기로 했으며 외환은행은 금리가 0.5~0.6%포인트 저렴한 대출상품 1조3,000억원 등 3조3,000억원을 중소기업 지원용으로 배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간 경쟁 심화를 앞두고 우량 중소기업을 선점하기 위해 은행들이 발빠르게 나선 것 같다"며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량 기업 뿐 아니라 자금부족으로 곤란을 겪는 기업들도 지원대상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 "中企 옥석 가려 금리 차별화"/ 황영기 우리은행장 "대출 부실 위험 수위"
황영기(사진)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내수침체와 원자재값 급등, 환율급락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중소기업 대출부실화가 커져 ‘폭발적 위험’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또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외국시장에서 일류기업들과 싸워 이기고 있는데 금융은 안방에서 외국자본에 휘둘리고 있는 것에 대해 금융인 전체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13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신춘포럼 강연에서 "중소기업 신규대출이 늘어나면 단기적으로 연체율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지금은 자산증가와 연체율 급상승이 동시에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앞으로는 옥석구분을 통해 우량한 중소기업은 대출금리를 낮추고 그렇지 못한 기업에는 대출금리를 높이는 프라이싱 차별화 추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장기금리가 최근 0.5%p 상승한 점을 들어 "시장에선 바닥을 쳤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외국자본의 국내은행 지배와 관련, "금융권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성과보상을 강화하는 한편 전산투자를 보완해 열과 성을 다하면 시장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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