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부실 도시락에도 고마워 했던 결식아동들의 맑은 마음이 어른들을 두 번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부실 도시락 파문을 빚은 전북 군산지역 결식아동들은 매일 도시락을 가져오는 자원 봉사자들에게 고맙다는 쪽지 글을 다음날 수거하는 빈 도시락 보자기 안에 끼워 넣었다.
문제의 ‘건빵 도시락’은 성탄절 전날인 지난달 24일 공급됐다.
다음날 빈 도시락을 수거하던 자원봉사자들은 단무지와 건빵, 메추라기알 등이 깨끗이 비워진 도시락 속에서 꼬깃꼬깃한 ‘성탄 편지’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도시락 잘 먹었습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는 쪽지편지는 40여 곳에서나 발견됐다.
자원봉사자 최모(53)씨는 13일 "자식을 둔 아비의 입장에서 차마 도시락을 내밀기가 부끄러웠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운한 표정은커녕 감사 쪽지를 넣어 보낸 어린이의 해맑은 눈동자가 지금도 선하다"고 말했다.
달동네인 군산시 금동에 사는 결식아동 김모(11)군은 이날 "방학 중인데도 집에까지 도시락을 배달해주어 너무 고맙고, 추운 날 고생하시는 자원봉사 누나, 오빠들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감사 쪽지들은 12일 군산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이 기자실에 가져와 알려졌다. 직원들은 ‘아이들이 감사해 할 만큼 자신들이 열심히 일했다’고 항변하기 위해 아이들의 편지를 증거품으로 들고 온 것이었다.
도시락 제조업체 관계자는 "수거하는 빈 도시락에는 아이들의 쪽지편지가 매일 10여통씩 담겨 있었다"며 "일을 잘하려 했는데 이렇게 물의를 일으켜 아이들에게 미안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군산=최수학기자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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