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1월14일 미국 소설가 존 로드리고 더스패서스가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1970년 볼티모어에서 졸(卒).
포르투갈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더스패서스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제1차 세계대전에 위생병으로 참전했다. 이 전쟁 체험은 처녀작 ‘한 사내의 세상 입문’(1920)과 출세작 ‘세 병사’(1921)에 녹아 들었다. 이어서 발표한 ‘맨해튼 환승역’(1925)은 제1차 세계대전 앞뒤의 미국인의 애환을 그리고 있는데,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 전위적 작품으로 더스패서스는 미국 전후 문단의 젊은 리더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유에스에이(USA)’는 ‘맨해튼 환승역’의 시대와 공간을 넓히고 기법 역시 더 급진화시킨 더스패서스의 대표작이다. ‘북위 42도선’(1930), ‘1919년’(1932), ‘거금(巨金)’(1936)의 3부로 이뤄진 ‘유에스에이’는 1900년부터 1920년대 말 경제대공황 초기까지의 미국과 유럽을 배경으로 남녀 주인공 열두 명의 굴곡 많은 생애를 담아냈다. 이 소설은 신문표제나 기사 형식의 뉴스릴 기법, 역사적 중요인물의 생애를 소묘한 전기 기법, 작가 자신으로 생각되는 인물의 자전적 의식의 흐름을 담은 카메라 눈 기법 등 급진적 형식을 다양하게 실험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당대 산업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부패하고 좌절하는 인간들의 양태를 핍진하게 그려낸 급진적 작품이다.
젊은 시절 미국 문단의 급진주의를 대표했던 더스패서스는 1930년대 말을 기점으로 반공주의로 선회해 그 이후 소설들에서는 보수적 민주주의자의 면모가 또렷해졌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윌리엄 포크너, 에드워드 커밍스 같은 작가들과 함께 문학사적으로 이른바 ‘길 잃은 세대’에 속하는 더스패서스는 소설 외에 희곡·정치평론·역사에세이 등에도 손을 댄 다재다능의 문필가였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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