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생 의지와 방향을 밝히는데 대부분을 할애한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회견 내용은 "재벌 총수를 포함, 사업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경륜과 고견을 듣고 싶다"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장기불황의 조짐이 뚜렷한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사회 각 부문의 동반성장을 이루려면 기업들이 투자의욕을 갖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당면한 과제인 일자리 창출도 결국 민간부문이 활성화해야 가능하다는 인식을 재확인한 것이다.
실제로 재정 조기집행과 종합 투자계획을 통한 경기부양이나, 기업·지역·노동·계층·소득 등 전 분야에서 확산되는 양극화 구조 해결 등 단·장기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소비와 투자 등 민간 부문이 살아나야 한다. 문제는 말이나 구호가 아니라 이를 구체적 정책으로 어떻게 실천하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4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목표를 달성했지만 실업률은 2001년 이래 가장 높은 3.5%를 기록했고, 특히 청년(15~29세) 실업률은 1999년 이후 최고인 7.9%에 달했다. 고용의 질도 더욱 나빠져 주당 근로시간이 45시간을 넘는 사람은 오히려 줄었고 주당 17시간도 일하지 못하는 사람은 13%나 늘어났다. 이는 정부가 돈을 풀면 공공부문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일시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민간부문의 뒷받침이 없으면 정책 효율이나 지속가능성에서 금방 한계를 드러내고 경우에 따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노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을 만나더라도 권력이 기업의 생사를 좌지우지하던 관치시대가 아닌 만큼 투자 독려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태도는 옳다고 해도 어떤 선을 그어놓고 하는 대화는 전혀 생산적인 결과를 낳지 못하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진정 서민들의 곤궁한 살림살이를 걱정한다면 꺼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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