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부근 미아로의 중앙버스전용차로. 달리는 시내버스 뒤를 오토바이가 바싹 뒤쫓아가다 이내 버스를 제치고 앞서 나갔다. 이어 버스전용차로 바로 옆 1차선에서 달리던 다른 오토바이들도 얼른 전용차로로 끼어들더니 같은 식으로 버스를 추월했다. 반대편 버스전용차로도 상황은 비슷했다. 버스 사이를 비집고 오토바이들이 위험천만한 곡예주행을 하며 끼어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지난해 7월1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면서 도심에 신설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오토바이길로 변해버렸다.
오토바이의 버스전용차로 주행을 금지한 도로교통법은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버스전용차로 곳곳에 있는 무인 감시카메라가 오토바이의 번호판을 식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들은 버스전용차로에서 위험한 지그재그 운행을 하는 것은 물론, 하위차선에서 신호를 대기하다 전용차로에 서있는 버스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어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버스전용차로가 비어 있을 경우에는 아예 역주행을 하는 오토바이까지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11일 오전 9시께 서울 성북구 미아로의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퀵 서비스 오토바이가 D여객 버스를 무리하게 추월하다 버스 뒤쪽을 들이받아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강모(23)씨가 중상을 입었다.
11월27일 오후 7시30분께는 서울 도봉구 쌍문4동 도봉로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B교통 시내버스와 오토바이(운전사 전모씨·20)가 추돌해 전씨가 크게 다쳤다. 다른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도 버스와 오토바이의 크고 작은 접촉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현재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실시되는 곳은 도봉로·미아로, 천호로, 강남대로·삼일로, 수색로·성산로 등 4곳. 경찰에 따르면 정식 사고로 접수되지 않은 건수까지 모두 합하면 대략 하루 4, 5건씩은 오토바이와 버스의 접촉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버스 기사 이모(54)씨는 "갑자기 버스전용차로에 끼어드는 오토바이들 때문에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특히 버스 오른쪽으로 달리는 오토바이들 때문에 정류장에서 타고 내리는 승객들과의 충돌위험도 있어 늘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단속의 어려움을 들어 오토바이의 불법주행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버스전용차로에 설치된 무인 감시카메라는 주·정차 위반을 잡아내는 카메라여서 오토바이는 물론, 일반 차량도 달리고 있을 때는 촬영하더라도 번호판을 알아 볼 수 없다. 결국 교통경찰관의 개별적인 단속에 의지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이런 적발 건수는 거의 전무하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주행 중인 오토바이를 적발하더라도 속력이 빠르고 차량 사이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들을 잡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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