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불황으로 인한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의류업계에서는 ‘카리스마 스태프’라는 직종이 유행하고 있다. 의류업체 경영자들은 불경기에 이런 직종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카리스마 스태프’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의류 디자인도 하고 만든 옷을 직접 맵시 나게 입어보는 피팅(Fitting)도 할 수 있어야 하며, 매장에서 물건도 잘 팔 수 있는 사람이 ‘카리스마 스태프’다. 한 사람이 의류모델, 판매원, 디자이너로서의 조건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다. 감각과 체격, 체력을 겸비한 이런 전인적인 사람만이 최근 의류업체의 채용 조건을 맞춘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여기서 나온다. 아무리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이 뛰어나도 모델로 피팅을 못할 몸매라면 의류 업계에서 차별을 당한다는 얘기다. 너무 비대하거나 너무 키가 작은 몸에 대해 선입견을 갖는 것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사소한 제한조건 같지만 의류분야의 디자이너로 꿈과 역량을 키워온 사람에게는 매우 잔인한 채용상의 불이익인 셈이다.
키는 부모로부터 유전적으로 물려 받은 조건이다. 자기가 후천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채용에 이런 조건을 적용하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하다.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잘하면 되지, 다른 두 가지 조건을 덧붙일 것이 무엇인가. 이는 이 나라의 수많은 의류 디자이너 후보들에게 채용기회를 박탈하는 심각한 차별행위인 셈이다. ‘카리스마 스태프’로 디자이너를 채용하고자 하는 일부 의류업계의 고용 행태는 개선되어야 한다.
이처럼 능력 이외의 조건으로 고용 기회를 제한하려는 것은 지극히 비합리적이다. 물론 경영자로서는 이런 식으로 비용을 줄이고싶은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고용차별은 헌법이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현저히 제약하는 것이다.
이런 고용관행이 확산된다면 한국에서는 앞으로 대학에 진학할 때부터 전공에 따라서는 체격조건 등까지 감안해야 할 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디자인 재능보다는 체격조건이 좋은 디자이너가 한국 의류업계의 핵심을 이루는 구도로 바뀔 수 있음을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많은 공기업들이 얼마 전부터 나이제한을 개선해 모처럼 호평을 받고있다.
‘카리스마 스태프’처럼 본인의 노력이나 재능과 관련없이 선천적 조건까지 고려하는 채용행태는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모든 산업의 실질적 경쟁력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김농주 연세대 취업상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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