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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연두 기자회견/"경제 살리기 총력" 실용주의 국정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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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연두 기자회견/"경제 살리기 총력" 실용주의 국정 시사

입력
2005.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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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국정기조를 경제 살리기와 실용주의로 전환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그러면서도 개혁에 대한 소명의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모두연설을 통해 새해 국정목표를 경제 살리기와 선진한국 건설로 제시하면서 미래와 실용에 중점을 두는 국정을 펼 것임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시종 밝고 여유 있는 표정이었고, 이전 회견에서 종종 볼 수 있던 공격적인 돌출 발언을 하지 않아 ‘달라진 대통령’의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 대통령은 또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의 유임을 실용聆?기조로 해석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치우치지 않는 국정이 좋지 않느냐"고 부정하지 않았다. "국민이 저를 약간 개혁쪽으로 치우친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비서실장은 조금 덜 치우친 사람이 좋지 않겠느냐"는 언급까지 했다. 김 실장을 보수 채널로 활용해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친 셈이다.

그러면서도 경제 살리기는 국가보안법 처리와 과거사 청산 등과는 별개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경제와 비경제를 배타적 선택관계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국정원이 과거사를 조사한다고 경제가 나빠졌느냐"고 되물었다. 이는 국보법 처리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경제 살리기에 부담을 준다고 보는 보수세력이나 재계와는 여전히 인식의 편차가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일각에서 노 대통령이 말로만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고 다시 개혁과제에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재계 등의 바람을 충분히 인식,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언급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실용주의적 접근법이었다. 다만 경제에 비중을 둔다 해도 참여정부의 존재 의의인 개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다할 테니 재계나 보수세력도 정치적 갈등을 이유로 비협조적 자세를 취해온 행태에서 벗어나라는 행간의 주문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 盧대통령 회견 주요 발언록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경제 살리기 방안과 교육부총리 인사 파문 등 현안들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_일자리 창출의 성과가 미흡하다. 기업 총수들 만날 계획은 없나.

"지난해 일자리가 42만개 정도 늘었고 목표는 달성했다. 그러나 늘어난 일자리 중 비정규직이 많고 일자리 품질이 나빠져서 고용 상태에 있는 사람도 일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앞으로 중소기업 정책 자체를 혁신하겠다. 재벌 총수는 물론 사업의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많이 들어보려고 한다. 그러나 투자를 독려하는 차원의 만남은 필요하지 않다. 관치경제 시대가 아니다. 정부가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일부 경제단체 간부들이 말하는 것처럼 조용히 만나서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투자를 독려하는 방식은 과거 제왕시대에 하던 일이지 민주주의 지도자 시대에 할 일이 아니다."

_경제활성화가 개혁 과제 보다 우선하는가. 당정의 목소리가 엇갈렸다.

"경제와 비경제 분야가 대립적이지 않다.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을 경제 법안에 걸어버렸기 때문에 여당과 정부 입장에서는 국보법을 처리하려다가는 경제 법안도 안 되는 관계가 돼버린 것이다. 국가정보원에서 과거사를 조사한다고 경제가 나빠지는가. 성장과 분배 문제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중에서 성장을 소홀히 하는 나라가 어디 있고 분배를 소홀히 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성장과 분배는 함께 가지 않으면 둘 다 성공할 수 없다. 정치가 발전하고 성숙한 나라도 정책의 조율 과정은 시끄럽다."

_교육부총리 인사 파동으로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비서실장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실용주의 노선 때문인지 설명해 달라.

"최종 판단은 내가 했다. 내 잘못이다. 비서실장 사표 반려와 노선은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치우치지 않은 국정운영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잘 된 것 같다. 대통령이 개혁쪽으로 조금 치우친 사람으로 보는 국민이 많기 때문에 비서실장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면 좋은 것 아닌가. 대학교육 혁신에 집중할 것이며 교육부총리는 이런 요건을 감안해서 인선하겠다."

_국무위원, 청와대 참모진의 인선 원칙과 기준에 변화가 있는가.

"도덕성 참신성 능력 전문성 등이 보편화된 것 같은데 크게는 능력과 품성이 중요하다. 품성은 사심 없이 일할 수 있는가 여부이며 중요한 도덕적 기준이다. 도덕성은 절대적으로 깨끗하다는 것보다는 공사를 분명히 하는 자세이다. 능력은 매우 중요한데 각료를 선임할 때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 통합적 관리능력을 갖고있는 사람이면 전문가가 아니라도 각료 직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앞으로 인사와 관련된 도덕성 검증을 부패방지위원회에 맡기겠다. 다만 부방위가 사실 조사만 할지, 부적격 의견까지 내도록 할지, 그 결과가 구속력을 갖게 될지, 참고 사항만 될지 등은 세밀히 만들겠다. 금년 중 제도화하도록 노력하겠다. "

_지난 연말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국보법을 차근차근 풀어나가자고 했다. 변화가 있나.

"큰 원칙을 선언했고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봐서 여유 있게 풀어나가자는 덕담을 한 것이다. 언제까지 통과해야 한다는 것을 못박아서 당의 자율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부담을 주지않겠다. 과거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새 역사로 가기 위해서는 과거 문제들을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고 있다. 국회에서 융통성 있는 해결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

_남북정상회담과 6자 회담은 어떻게 되나.

"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고 상대가 응한다면 주제에 관계없이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 흥정도 마찬가지이듯 가능성이 낮은 일에 자꾸 목을 매면 협상력이 떨어지고 물건도 자꾸 사자고 매달리면 값이 비싸진다. 6자 회담 틀 안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6자 회담은 미국 부시 행정부의 외교팀이 정비되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_신행정수도 이전은 무산됐고 공공기관 이전도 지지 부진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2년 만에 성과가 날 문제가 아니다. 어릴 때 과수원을 했는데 감은 15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수확을 했다. 그래도 나는 감나무를 심었다. 행정수도 문제는 처음 계획했던 것에 못하지 않는 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_자이툰 부대는 언제까지 주둔하나. 납치설이 나오는 한국인 2명에 대한 정보가 있는가.

"납치문제는 계속 확인 중이다. 자이툰 부대의 철수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이라크의 평화 정착과 미국과의 협력 강화라는 당초 파병 목표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판단되면 돌아올 것이다. "

_일본 천황의 방한을 추진할 생각은 없는지.

"일본 왕으로 불러야 하는지 천황으로 불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 정부는 이미 일본 천황을 초청한 상태며 언제나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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