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의 제일은행 인수로 ‘은행대전’ 출전자들이 결정되자 시장의 관심은 최종 생존자에 모아지고 있다. 생존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은행은 존폐의 기로에 설 수도 있는 상황이다.
◆ 리딩뱅크 누가 =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사활’까지 언급하면서 리딩뱅크 도약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리딩뱅크 쟁탈전에는 국민은행에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하나은행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주요 은행장들을 상대로 한 본지 여론조사(2004년 12월22일자 13면)에서 경계대상 1순위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도전자다. 우리금융지주도 LG투자증권 인수와 과감한 조직개편 및 인사혁신 등 준비작업을 마무리했다. 하나은행 역시 대한투자증권 인수 및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본격 업그레이드 절차를 준비 중이다.
국민은행도 대대적인 구조개편에 이어 강정원 행장의 전국 지점 순회 방문 등 ‘수성(守城)’ 의지를 다지고 있어 쉽사리 자리를 내줄 태세가 아니다.
외국계 은행 급부상 외국계 은행은 지난해 10월말 총자산 기준 시장점유율이 20%를 넘어섰다. 각각 10%와 8~12%의 시장 점유율을 자신한 한국씨티은행과 SCB의 호언이 현실화할 경우 30% 초과도 시간문제다.
질적인 변화는 더 클 전망이다. 외국계 은행의 저금리를 앞세운 막대한 자금조달 능력과 방대한 금융상품에 맞서 토종은행이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미 ‘5강’ 대열에 합류했다. SCB 역시 자산은 적지만 아시아 등 진출시장에서의 모기지론 1위 등 성과를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외환은행이나 LG카드가 HSBC 등 외국계 은행에 넘어간다면 상황은 점입가경이 된다. 이 경우 시장 점유율 50% 돌파는 물론, 외국계 리딩뱅크의 탄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창조적 소수자만 생존 = 이미 시장은 외환위기 이후의 은행권 1차 빅뱅에 이은 2차 빅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구체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경쟁 탈락자가 승리자에게 인수·합병(M&A)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외환위기 이후 33개에서 19개로 줄어든 은행수가 10개 미만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시장주도자 위주로의 사업환경 변화에다 경쟁 과정에서의 엄청난 투자를 감안할 경우 탈락자는 자체 운영이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게 분석의 근거다.
각 은행들이 경쟁 과정에서 장점 분야를 찾아 차별화, 전문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경우 은행 수 감소 없이 공존이 이뤄질 수는 있지만 소수 대형은행의 독주 현상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소형은행은 요행히 살아 남는다 해도 ‘연명’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소수의 선도은행과 2~3개의 외국계 은행, 1~2개의 특수은행’을 생존 후보로 꼽았다. 2~3개 은행 외에는 생존이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결국 토종과 외국계 여부를 떠나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혁신적인 하드웨어(조직,인사) 및 소프트웨어(상품)로 고객의 선택을 받는 ‘창조적 소수자’만이 은행대전의 최종 생존자가 될 전망이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