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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師弟] (5) 백상서-임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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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師弟] (5) 백상서-임영철

입력
2005.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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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덴막’이란다. ‘덴마크’가 맞지 않냐는 괜한 트집에 두 사람의 대답이 걸작이다. "덴마크요? 뭐가 예쁘다고 길게 말해요."

다시 보고 싶은 2004년 한국 스포츠 최고의 드라마는 모르긴 몰라도 한국과 덴마크가 맞붙은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이지 싶다.

그런데 정작 그 뭉클한 드라마를 합작한 임영철(46) 효명건설 감독(당시 감독)과 백상서(36) 한국체대 교수 겸 감독(당시 코치)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다. 임 감독부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거 다시 봤다간 제 명에 못 살 걸요. 올림픽 때 반짝한 핸드볼 열기도 얄밉고…." 백 교수도 맞장구다. "하이라이트 몇 번 봤는데 어찌나 혈압이 오르던지…."

백 감독은 1987년 마포고 3학년 때를 못 잊는다. 학교 핸드볼 팀이 전국대회에서 별 성적을 못 내던 백 감독은 대학 진학이 쉽지 않았다.

이 때 손을 내밀어 준 은인이 임영철 당시 한국체대 코치. "대학 때문에 고민하던 제게 한줄기 빛이랄까. 근데 왜 저를 스카우트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임 감독은 백 감독의 질문이 엉뚱하다는 눈치다. "기량이 좋아서 뽑았지, 다른 건 없어. 다른 데 안 가고 선뜻 와 준 백 교수가 고맙지."

20년 인연. 세월 따라 호칭도 변했다. 임 감독은 제자를 꼬박꼬박 ‘백 교수’로 부른다. ‘평범한 상서’를 어떻게 ‘백 교수’로 키운 걸까. "대학 1학년 말 때 백 교수에게 포지션 변경을 요구했어요. 어려운 결정을 묵묵히 잘 따라준 백 교수에게 고마울 따름이죠."

백 감독은 당시 ‘이너(농구의 가드)’에서 ‘피봇맨(농구의 센터)’으로 보직을 바꾸면서 치른 혹독한 훈련과 임 감독의 열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고마워할 사람은 저에요. 그 때 고집 피웠으면 지금쯤 전 뭘 할까요." 선수시절 백 감독이 이룬 핸드볼큰잔치 남자 개인통산 536골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대기록이다.

임 감독은 2003년 10월 아테네올림픽 대표팀을 맡았다. 백 감독을 대표팀 코치로 끌어오는데 필요한 건 딱 한마디였다. "나랑 고생할래?" 백 감독이 대표팀에서 맡은 역은 ‘오빠’. 밥 숟가락 놓기 무섭게 훈련시키고, 연습 후엔 녹초가 된 선수들 다독이고, 선수들 다그치는 호랑이 감독(임영철) 달래고…. 임 감독이 제자의 등을 두드린다. "백 교수는 지장(知將)이에요. 전술, 선수 운영 등 뭐든 합리적이죠." 스승의 칭찬에 제자가 몸 둘 바를 모른다. "임 감독님은 완벽한 지도자에요. 그거 있잖아요,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을 지닌 사람."

핸드볼 얘기 말고 다른 건 없을까. "임 감독님은 홍어에 소주를 좋아하세요. 저도 따라 홍어 마니아가 됐죠. 그런데 감독님 술을 좀 드시면 ‘돈 벌어 꼭 핸드볼 팀 창단하겠다’고 하세요. 감독님의 핸드볼 열정 많이 배웠죠." 홍어로 시작한 이야기는 다시 핸드볼로 빠졌다.

임 감독도 시작은 낚시 얘기였다. "제가 낚시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올림픽 전에 백 교수와 함께 몇 번 갔었죠. 그 때 백 교수랑 핸드볼 얘기 많이 했었는데…." 두 사람, 어쩔 수 없는 핸드볼 사제다.

안동=김일환기자 kevin@hk.co.kr

●백상서

1969년 닭띠. ‘코트의 백상어’로 불리며 핸드볼큰잔치에서 넣은 통산 536골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남자부 최다골 기록. 9년 동안 국가대표 부동의 포스트로 활약하며 1994년 히로시마와 98년 방콕아시안게임 남자 핸드볼 우승의 주역이 됐다.

●임영철

원광대를 졸업해 1984년 LA 올림픽 땐 핸드볼 대표 선수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땐 남자팀 코치로 출전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팀 감독을 맡아 은메달을 땄다. 결승전 패배 뒤 "덴마크 국민의 열렬한 응원 때문에 졌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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