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의원은 새해를 분주하게 시작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했는가 하면 모바일 홈페이지도 만들어 접속번호를 ‘2007#1’로 정했다. ‘17대 대선이 치러지는 2007년에 1등을 하겠다’는 뜻을 담은 접속 번호에서 알 수 있듯이 큰 꿈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은 셈이다.
검사출신에 대변인, 대표비서실장, 부총재, 최고의원 등 화려한 경력과 친화력으로 오래 전부터 차기 꿈나무로 꼽혀온 강재섭 의원. 그는 얼마 전 기자와 만나 "바둑으로 치면 이제 승리를 위한 포석을 시작해야 할 때"라며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5선인 내가 다음 총선에 나가 선수(選數)를 늘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60세를 넘기기 전에 마지막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를 말하는 대목에선 비장감이 느껴졌다. 1948년 생인 그는 2007년에 만 59세가 된다.
그러나 그는 같은 당 박근혜 대표나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에 비해 아직 약세다. 대중적 인지도나 당내 기반 등에서 모두 그렇다. 스스로도 "지금은 그들이 3강이고, 나는 1약"이라고 인정한다. 강 의원은 그러면서도 "그들은 당직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어 언론에 많이 노출돼 그런 것"이라며 특유의 비유법으로 역전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골프를 보라. 백 스윙이 아무리 좋아도 임팩트(골프채로 공을 가격하는 순간)가 정확하지 않으면 OB(공이 경기장을 벗어나는 것)가 나지 않느냐."
대통령은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화합과 통합을 할 수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서서히 인지도가 높아져, 담백하고 유연하며 통 큰 정치를 하는 온건보수 정치인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 의원은 "올해는 인지도 제고와 당내 기반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대학 특강 등을 통해 정부와 당 지도부에 쓴 소리를 던지며 존재를 알렸던 그는 "당내 화합과 원만한 대여 관계를 위해 당이 필요로 한다면…"이라는 단서 아래 5월의 당 원내대표 경선출마도 심각히 고려 중이다. 원내대표가 되면 인지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정치 역량을 공개 검증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기반(대구·경북)이 박 대표와 겹치는 문제에 대해선 "부담이 되지만, 정치 상황이 달라지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는 알 듯 모를 듯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에겐 ‘양지 형 정치인’, ‘결단력 부족’이라는 말도 따라 다닌다.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능동적으로 국면을 주도하고 기회를 만들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자세를 바꾸지 않고서는 향후 처절한 대권 쟁투에서 살아 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저 때를 기다리는 강태공이 되지 않겠다"는 강 의원은 올해 변신과 도약이라는 두 가지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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