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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들'/ "정치적 편견 버리고 영화로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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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들'/ "정치적 편견 버리고 영화로만 봐주세요"

입력
2005.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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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범죄의 재구성’으로 중견배우의 ‘힘’을 보여준 백윤식(58)과 ‘이중간첩’ ‘주홍글씨’로 조금은 빛이 바랬지만 아직도 흥행 보증수표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 한석규(41). 둘이 10·26사건을 소재로 한 ‘그때 그사람들’(감독 임상수)에서 대통령을 살해한 ‘그 사람들’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블랙코미디라는 영화 형식에도 불구하고, 26년이란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논란이 많은 소재가 부담스러운 듯 둘은 "영화는 영화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말부터 했다.

◆ 김부장役 백윤식

백윤식은 최근 한국영화가 건진 최대 수확의 하나로 평가 받는다. 삭발까지 하며 열연한 외계인 강 사장(‘지구를 지켜라’)을 거쳐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사기꾼 김 선생(‘범죄의 재구성’)으로 그는 뒤늦게 ‘스타 배우’의 자리에 올랐다. TV광고에 얼굴을 내비치는 횟수도 늘었다.

그런 그에게 대통령에 총구를 들이대는 중앙정보부 김 부장 역은 연기인생의 큰 도전이라 할 만하다. "각자 들이대는 잣대가 틀린 현대사의 한 사건이라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많이 고민했어요." 제일 관여하고 싶지 않은 정치적인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고, 오해 받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너무 좋은데다 임상수 감독이 만든다니, 배우라면 누구나 출연하고 싶지 않겠어요?" 그래서 "난 배우다. (부담감을) 털어내자"며 출연을 결심했다. "그때 그 일로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간 분들에게 명복을 비는 심정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1974년 ‘멋진 사나이들’로 영화에 데뷔한지 31년. 뒤늦게 찾아온 전성기에 대해 "좋죠. 팬들이 관심을 가지고 성원해주니 배우로서 마냥 좋을 뿐이죠"라며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은 외모에 대해선 "부모님들이 워낙 잘 만들어 주셔서"라고 특유의 유머로 응수한다. 몸 관리를 위해 피트니스클럽에서 하루 2시간 땀을 흘리는 사실은 애써 숨기려 한다. 그리고는 연륜을 자랑하듯 한마디. "10년 전 드라마 ‘서울의 달’에선 신인이던 한석규가 훌륭한 배우로 성장해 함께 출연하니 기분이 참 좋네요."

◆ 주과장役 한석규

"현대사를 소재로 한 작품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는 한석규. 대학시절엔 ‘남부군’에 출연하고 싶어했고, 북송 장기수 이인모 역도 욕심냈던 그가 박 대통령 살해에 가담하는 주 과장 역을 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워낙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이다 보니 그도 출연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특정인에 대한 평을 내리려 하지 않고, 숨겨지고 잊혀진 인물을 통해 당시 사건을 새롭게 풀어내려는 임 감독의 시선에 동감해 출연 했습니다."

그는 실제인물을 기초로 주 과장을 연기하기 보다 블랙코미디라는 작품 틀에 맞춰 인물을 재창조해냈다고 한다. "‘이 사람이 이랬다 저랬다’ 접근 하기보다는 왜 그때 그 일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나 생각하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직속상관 김 부장 역을 맡은 백윤식과는 버린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로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고. 그가 소개한 백윤식과의 에피소드 하나. "포스터 촬영 중 코디네이터 실수로 백 선배랑 서로 바지를 바꿔 입었는데, 나한테 딱 맞아 전혀 몰랐어요. 나중에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랬습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체력 관리에 철저한 멋진 선배구나."

‘쉬리’ ‘텔미썸딩’ ‘이중간첩’ ‘주홍글씨’에 이어 연달아 ‘총’을 잡게 된 것에 대해선 "다양한 장르영화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빚은 우연일 뿐"이라고 말한다. "객석을 훈훈하게 만들고, 관객들에게 미소가 번지도록 하는 밝은 역할을 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네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영화 흥행에는 得될까 毒될까

‘그때 그 사람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가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을 일본가요를 즐겨 듣는 친일파로 묘사하고,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한 것으로 표현해 왜곡 모욕했다는 것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범죄의 재구성’ 등 영화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대상이 된 경우는 적지 않지만, 개봉도 하기 전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은 드문 일이다. 제작사 MK픽쳐스 측은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이유에서건 작품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10·26사건 자체도 잘 모르는 젊은층이 초기 흥행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이 사건이 관객동원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의 의견은 다르다. ‘그때 그 사건’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중·장년층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흥행 뒷심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씨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괜히 영화 손님만 끌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했다고 한다. 민감한 소재를 다룬 ‘공동경비구역 JSA’과 ‘실미도’의 경우는 흥행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제출돼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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