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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쿵푸허슬 - 더 웃기는 저우싱츠 ‘쿵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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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쿵푸허슬 - 더 웃기는 저우싱츠 ‘쿵푸’

입력
2005.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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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는 대사와 과장된 캐릭터, 같은 행동의 반복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저우싱츠(周星馳) 영화에 진정한 환호를 보낸 이들은 사실 일부 마니아에 불과했다. ‘쿵푸허슬’에서도 독특한 저우싱츠식 유머는 반짝반짝 빛난다. 달라진 점은 전작에 비해 좀 더 많은 이들이 웃을 수 있는 보편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할리우드의 메이저영화사 콜롬비아에서 제작비를 받아 저우싱츠가 만든 영화 ‘쿵푸허슬’는 쿵푸에 대한 저우싱츠의 헌사를 담고 있다. 중국어 제목이 그저 ‘쿵푸’(功夫)일 정도다. 영화 속에서 그는 아이들이 차고 있는 축구공을 발로 꾹 눌러 터뜨리며 "축구는 한 물 갔어"라고 말한다. 이제 축구(‘소림축구’) 등 다른 소재에 의존하지 않는 본격적인 쿵푸영화를 만들겠다는 소망을 드러낸 대사다. 본격적으로 韆じ?다루다 보니, ‘쿵푸허슬’에는 전작들에 비해 피냄새가 좀 더 진하게 난다.

영화는 무공을 숨긴 채 빈민가 돼지촌에 숨어 사는 쿵푸 도사들과 이들을 괴롭히는 조직폭력배 도끼파의 대결을 주된 틀로 하고 있다. 보안유지를 위해 촬영을 마친 후 바로 폭파시켰다는 돼지촌의 세트는 볼거리 중 하나다. 희한한 쿵푸 권법을 맛보는 것도 대단한 재미다. 지축을 쩌렁쩌렁 울리는 큰 소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사자후, 한 번 발차기로 십 수명을 쓰러뜨리는 십이로담퇴, 거문고의 소리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음공권, 한번에 여섯 개의 창을 던지는 오랑팔괘권 등이 저우싱츠가 차려 놓은 만찬상이다.

좀 놀라운 점은, 영화가 다 끝날 때까지도 저우싱츠 자신은 쿵푸를 거의 선 보이지 않는다는 것. 주인공 싱(저우싱츠)은 조직폭력배가 되고 싶지만 힘도 없고 능력도 없이 비굴하게 살아간다. 영화 속 멋진 쿵푸 세계는 오히려 돼지촌 주인 부부나 돼지촌 주민들의 차지다. 부상 후 치료과정에서 기혈이 뚫려 싱이 마침내 숨은 내공을 발휘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 되지만, ‘쿵푸허슬’은 내내 각각의 주인공에게 고른 시선을 보낸다. 배우로서의 저우싱츠보다 감독으로서 저우싱츠의 역할에 충실했던 것같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곳곳에 숨어 있는 할리우드 영화 패러디 장면. 저우싱츠는 자신이 좋아했던 영화의 장면을 이곳 저곳에 끼워 놓았다. 저우싱츠와 돼지촌 주인이 쫓고 쫓기는 장면은 만화 주인공 로드러너와 코요테를, 강호의 고수를 탈출시키는 장면에서는 ‘샤이닝’을 패러디했고, 거문고 소리의 공격을 받는 장면은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킨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매트릭스’ 등도 애교 넘치는 패러디 대상이 됐다. 13일 개봉.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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