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 재벌이 점점 좋아지는 까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 재벌이 점점 좋아지는 까닭

입력
2005.01.13 00:00
0 0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쇼(CES)는 국내 매스컴의 대대적인 조명을 받았다. 빌 게이츠 같은 세계의 선구적 기업가들이 전시회에 나와 한국제품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거나, 우리 기업들이 최첨단 디지털 분야에서 여러 상을 석권한 것은 물론 주목 받을 일이다. 사실 우리 기업들은 지난해에도 이런 류의 국제 전시회에서 큰 활약상을 보였다. 그런데도 이번에 신문 방송들이 유난히 많은 비중을 실어 이를 보도하고, 국민들의 눈에 더 두드러지게 비쳐진 까닭은 무엇일까.

작년 말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민들에게 기업호감도를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기업에 대한 국민여론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전 같은 조사 때에 비해 5포인트나 올랐다. 단기간에 이처럼 점수가 급등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기업들의 윤리경영과 사회공헌 활동으로 반기업 정서가 많이 씻겨졌다고 조사기관은 해석한다. 하지만 기업윤리가 몇 개월새 크게 달라질 리 만무하다. 이 조사에서 ‘깨끗하고 투명한 경영’ 때문에 기업을 좋게 보게 됐다고 답한 국민은 1.2%에 불과하다. 기업에 대한 국민 정서가 이렇게 급변한 것은 무슨 연유일까.

올 1월1일 몇몇 신문과 방송이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성장정책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크게 변화했다. 경제정책의 초점을 성장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 국민이 2년여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반면 분배를 중시하는 국민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래서 성장과 분배에 대한 국민의견이 참여정부 초기와 완전히 다르게 역전됐다. ‘성장정책’하면 으레 ‘재벌들의 잔치’를 연상하던 국민 심리가 하루아침에 바뀐 것일까.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이 따사로워진 것은 먼저 우리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거대 외국자본과의 힘겨운 싸움을 성원하는 마음도 깔려있을 것이다. 장기 불황으로 인해 경제와 기업의 중요성을 다시 보게 됐을지도 모른다.

정권담당자들은 이런 현상을 무심히 보아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지금 어디서든 탈출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그만큼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재벌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을 통해서나마 지금의 불황과 가계불안에 대한 위안과 희망을 얻어보려는, 일종의 반작용인 것이다.

만약 각국 정부의 경쟁력을 겨루는 국제대회가 생긴다면 우리는 몇 등이나 할지 이 정권은 겸허히 자성해보아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 등 권위 있는 국제기관들이 내놓은 각국 경쟁력 순위표를 들여다보면 한국은 정부와 정치, 공공부문이 점수를 다 갉아먹고 있다. 정부행정효율, 정책일관성 등 ‘정’자가 들어가는 항목은 모두 후진국 수준이다.

참여정부는 출범후 부처별 혁신팀까지 만들어 행정개혁을 외쳐왔지만 그 효과를 실감하는 기업은 별로 없다. 공공조직은 비대해지고 중앙공무원 숫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그러니 아무리 규제완화니 시스템구축이니 하고 떠들어도 밑돌 빼서 윗돌 쌓는 식이 될 수 밖에 없다. 며칠 전 어처구니없는 부총리 인선 오류도 그런 개혁의 공허함을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노무현 대통령은 오늘 연두 기자회견을 한다. 경제살리기에 대한 다짐이 다시 나오겠지만, ‘작고 효율적인 정부’ 슬로건에 맞게 정부경쟁력의 고삐를 죄겠다는 각오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경제살리기는 정부개혁과 함께 이루어져야 힘을 받는다.

송태권 경제과학부장songt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