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사 친분…나를 선임" 선고 앞둔 재소자 협박
선고를 앞둔 재소자가 판사출신 변호사에게 "담당판사와 친하니, 나를 선임하지 않으면 나가기 어렵다"며 반협박성으로 수천만원을 요구받고 분노와 공포에 떨어야 했던 사연이 공개됐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시민과 변호사’는 1월호에 재소자와 변호사를 익명처리한 채 ‘문제적 변호사, 이 사람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재소자 A(여)씨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실었다. A씨는 편지에서 "이미 선임한 변호사가 있는데도, 판사 출신 B변호사가 어느날 찾아와 ‘판사가 소심한 앤데, 내가 막판가세를 하지 않으면 (나가기) 어렵다’?성공보수로 몇 천만원을 요구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어 "거절했지만 오히려 그 변호사가 해코지를 해서 못나가게 하는 건 아닐까 공포에 떨면서 울었다"고 말했다. A씨는 B변호사를 ‘사기꾼’이라고 칭하며 그의 행태에 대해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쓰기도 했다.
이 편지는 A씨가 별탈 없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어머니가 ‘시민과 변호사’ 편집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편집위원들이 투표까지 거쳐 게재를 결정했다.‘시민과 변호사’관계자는 "변호사들이 각성하자는 뜻에서 공개한 것"이라며 "이 사건을 별도로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 "性피해자에 수치심" 소송당한 검사·변호사
강지원 변호사는 12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검찰 수사와 변호인 신문 방식이 피해자들에게 이중 고통을 주었다"며 해당 검사와 변호사를 상대로 피해자들을 대신해 각각 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강 변호사는 "검찰 지침상 성폭력 피의자와 피해자간의 대질신문은 최후 수단으로만 시행해야 하는데 2000년 7월 이모 검사가 피해자(당시 16세·여)를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장시간 강간 피의자와 대질조사를 해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가 "성폭행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만큼 합법적으로 낙태할 수 있도록 지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사가 거부해 결국 출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강 변호사는 또 "상습적으로 친딸(당시 14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재판에서 피고인측 변호를 맡은 정모 변호사가 어린 피해자를 상대로 ‘많이 아팠느냐’ ‘당할 때 소리 지르고 반항했느냐’는 등 질문을 해 심한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검사는 "검사가 낙태를 지휘할 법적 권한이 없고 대질조사는 혐의를 밝히기 위한 수사 기법상 문제"라고 주장했고, 정 변호사는 "당시 피해자의 어린 나이를 감안해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며 "피고인을 방어하기 위해 (그 같은 질문이) 부득이했다"고 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 거액의 알선료 제공 토지 소송 불법 수임
의정부지법 형사2단독(재판장 강인철)은 12일 토지 브로커와 짜고 일제시대 적산토지 반환소송 등을 불법 수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51) 변호사에 대해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브로커 정모(68)씨와 변호사 사무장 소모씨에게 각각 징역 8월에 추징금 1억4,000만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강 판사는 "김 피고인은 브로커인 정 피고인에게 거액의 알선료를 제공하고 사건을 불법 수임했다"며 "알선 횟수나 액수, 알선료 분배비율 등을 정해 놓고 범행에 나선 점 등으로 미뤄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강 판사는 특히 "양형을 살펴봐도 형을 경감하기 어렵다고 판단돼 변호사법 제정 취지와 법조 비리 근절을 위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정씨 등으로부터 5차례에 걸쳐 적산토지 반환소송 등을 알선받은 뒤 알선료로 2억6,00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의정부 지역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그동안 법조 비리 변호사들에 대해 대체로 브로커의 죄질이 변호사보다 더 나쁘다는 이유를 들어 벌금형 등 가벼운 형을 선고했는데 이번 판결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이연웅기자 w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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