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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 다이어리/ 영화속 시간은 묻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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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 다이어리/ 영화속 시간은 묻지마?

입력
2005.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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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드 오브 투모로우’를 보는 내내 도대체 이게 언제적 이야기인가, 아리송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비행선이 정차하고, 전투기가 도시 곳곳을 날아다니고, 하늘에는 이동식 활주로가 떠 다닌다. 분명 미래세상인 듯하다. 그러면서도 극장에서는 ‘오즈의 마법사’가 상영중이고, 여기자인 주인공 기네스 팰트로는 고전적인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당시 유행하는 밀리터리룩 스타일로 빼 입고 등장한다. 1930년대의 상징과 미래세상의 이미지가 뒤섞여 있다. 그런데도 영화는 배경이 1939년이라고 못 박는다. 1939년다운 설정은 영화에서 극히 일부분임에도 말이다.

헤어롤, 소위 ‘구루프’는 90년대 초반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여성들에게는 공통된 추억이다. 풍성하게 내린 앞머리를 헤어롤로 말아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울 정도로 봉긋하게 세우는 스타일은 당시 대유행이었다. 하희라 이상아 이미연 같은 하이틴 스타들도 경쟁하듯 앞머리에 힘을 줬다. 1991년이 배경이라는 ‘몽정기2’에서 그나마 1991년스러운 것은 백세미(신주아) 뒤를 따라다니는 ‘시녀과’ 여학생들이 하고 나오는 그 빵빵한 앞머리다. 그러나, 그녀들을 제외한 모든 주인공은 1991년에 어울리지 않게 세련됐다. 1991년의 여고생과 2005년의 여고생이 한 영화 속에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속 정서가 시대를 오락가락 하거나, 의도적으로 촌스러움을 자아내는 것은 향수를 자극하는 효과를 낳는다. 동시에 철저한 시대고증에 대한 압박을 벗어난다. 지난해 개봉한 ‘우리형’ 같은 영화도 7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적 정서를 취사선택해 담아냈다.

사실 인간은 옛일과 현재의 일을 순서대로 기억하지 않는다. 정신의 일부는 시공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기억 속에서 이곳과 저곳, 옛날과 미래는 뒤바뀌고 무공간성 무시간성이 난무한다. 역사물도 아닌데, 철저한 시대배경 묘사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시대상황의 굴레에서 벗어나 무시간성을 선택한 영화들은 만화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명백하게 존재하는 객관적 세계가 주관적인 세계와 뒤섞이는 환상적인 느낌도 만끽할 수 있다. 시공간을 벗어나는 순간 판타지 세계로 진입한다.

그러나 가끔 너무 노골적인 냄새도 난다. 추억 자극전략, 또는 시대배경은 무시하고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계산, 이런 거라면 좀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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