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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약복용 어떻게/ "약 달고사는 노인들 과용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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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약복용 어떻게/ "약 달고사는 노인들 과용은 마세요"

입력
2005.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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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모(67)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그 많은 양의 약을 때맞춰 먹다 보면 적어도 치매는 걸리지 않겠다고 놀림을 당할 정도다.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으로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데다가 영양제와 연골강화제 등 일명 웰빙 약도 2~3가지씩 챙겨 먹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자료에 따르면 노인환자 10명 중 4명 정도가 4가지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약물의 부작용으로 입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부작용이 두려워 무조건 약 복용을 꺼리다 보면 질환이 악화하거나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끼니처럼 챙겨야 하는 노인의 약 복용시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본다.

<노인들의 잘못된 약 복용 대표 사례>

1. 복용하던 약을 의사 처방 없이 중단한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복용하던 약을 중단하려면 의사와 상담한다.

2. 처방전을 무시하고 복용한다.

정해진 양보다 적거나, 많이 복용해서는 안 된다.

3. 술을 먹고도 약은 꼭 챙겨먹는다.

약은 술과 함께 써서는 안 된다.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4. 다른 사람의 약을 먹거나, 본인의 약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처방된 약을 먹거나 자기 약을 남에게 주면 안 된다.

◆ 노인 약 무엇이 문제인가 = 노년기에는 퇴행성 관절염,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으로 인해 복용해야 할 약의 종류와 복용 횟수가 많아진다. 복합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면 하루 세끼 식사를 챙기는 것만큼 약물도 꼼꼼히 챙겨야 하는데, 이럴 경우 자칫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노르웨이 아커셔스 중앙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입원한 732명의 노인 환자 중 18%(133명)는 이들에게 투여된 약의 직·간접적인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했다. 이는 약의 부작용으로 인한 전체 연령대의 사망률인 1~7%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환자 증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환자 나이와 신진대사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약을 먹였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 약물 용량, 정량 아닌 감량이 우선 = 나이 들면 약물을 대사하는 신장과 간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복용한 약의 성분이 제거되는 데 젊은 사람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따라서 전에 복용한 약성이 사라지기 전에 약을 또 먹으면 신장과 간이 더 나빠질 수 있다. 특히 이미 신장과 간이 나쁜 노인이라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간의 이상은 피검사를 통해 미리 알 수 있지만 신장의 경우 피검사만으로는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인은 어떤 경우든지 약물이 과용 상태가 되지 않도록 약물 용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약의 양은 체질, 체격 등에 따라 조절되기 때문에 ‘정량’이라는 개념이 없다. 하지만 50세 이상부터는 성인량의 10%, 60세 이상 20%, 70세 이상 30%, 80세 40% 정도 약물을 줄여 복용하는 것이 좋다. 70세 이상이면 일반 성인 복용량의 절반 정도가 적당하다.

◆ 이런 노인은 특히 주의를 = 대사 문제에 따른 약의 부작용이나 중독도 문제지만 대부분의 노인 약물 사고는 잘못 복용해 생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몸에 좋다면 성분을 알 수는 없는 약물을 무조건 다량 먹는 노인들의 습관이 가장 큰 문제. 남의 약을 나눠 먹는 것도 위험하다.

녹내장 치료제(아세타조라미드)를 비타민C와 함께 복용하게 되면 신장결석, 요로결석 등의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아스피린과 비타민E를 같이 먹으면 잇몸 등에서 출혈이 생기기 쉽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가 감기약을 먹으면 심할 경우 급성요폐(오줌 길을 막는 증세)가 나타나 응급실 신세를 질 수도 있다.

식욕이 떨어져 끼니를 거르면 약도 먹지 않는 노인이 많은데 이런 습관도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위험하다. 삼성서울병원 약제부 손기호 부장은 "당뇨병이나 일부 호르몬제, 고혈압 약 등은 약 기운이 떨어지면 노인들이 스스로 약 복용습관을 바로잡기 어려우므로 가족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주의해야 할 약물 = 지병이 있어 처방을 받더라도 항균제, 고혈압 및 일부 강심제, 신경계통 약, 순환기계통 약 등은 조심해서 복용해야 한다. 의사와 상담을 통해 부작용이 적고 배설하기 쉬운 약을 택해야 한다. 특히 신경계·심혈관계 약물을 과다 복용하거나 오용했을 경우 급성 치매와 혼동하기 쉬운 ‘섬망(delirium)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현상의 대표적 증상은 정서불안, 집중력 저하, 간헐적인 환청·환각, 밤에 잠을 못자고 낮에 자는 것 등. 약 복용 도중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섬망을 의심하고 즉시 의사를 찾아야 한다.

의사가 처방하지 않는 일반 의약품을 복용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젊은 나이엔 문제될 것이 없는 비타민이나 미네랄, 변비약, 감기약, 제산제 등도 노인에게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기존에 약을 처방 받아 복용중인 노인이 추가로 영양제나 일반약을 먹을 경우 의사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 영양제도 조심해 먹어야 =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타민C를 권장량의 거의 2배, 단백질은 1.3배나 더 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도 성인의 31%가 한 가지 이상의 영양제를 복용하며 4%는 매일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 3명 중 1명이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노인의 경우 특히 철분제를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철분제를 과다 섭취하면 심장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은 "철분은 혈액을 걸쭉하게 만들어 혈관이 약한 노인에게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발병 확률을 높인다"며 "따라서 권장량 이상의 영양제 복용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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