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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을유년 이 사람] (8) 우리당 천정배 前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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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을유년 이 사람] (8) 우리당 천정배 前원내대표

입력
2005.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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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9일) 경기 안산의 자택에서 만난 열린우리당 천정배 전 원내대표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4대 법안을 연내에 처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새해 첫날 원내대표를 사퇴한 그는 "시원하지만 섭섭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국회에서 경제 살리기와 민생 법안 대부분을 처리한 만큼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법안 처리보다 더 중요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도 했다.

개인 감정이나 소회를 잘라 낸 ‘모범 답안’이었지만, 대화가 길어지자 그도 어쩔 수 없이 국가보안법 개폐 협상과정에서 겪었던 마음 고생의 흔적을 드러냈다. 그는 "국보법 대체입법과 과거사법, 언론법을 처리하고 사학법 개정안 처리를 미루는 ‘3+1’방안을 받았으면 내가 살았을까"라고 물은 뒤 "그렇지 않았던 것이 당을 살린 것"이라고 자답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원내대표를 맡으며 희로애락이 없어져 해탈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부드러운 외모와는 달리 자신이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외유내강형이다. 민주당 정풍운동에 앞장 선 것도 그렇고, 2002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꼴찌 노무현’을 처음부터 공개 지지한 데서도 간단치 않은 강단이 읽혀진다.

그래서인지 "대중성이나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늘 그를 따라다닌다. 여당 원내대표를 거친 지금 이 꼬리 표를 완전히 떼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친노 그룹 핵심인 명계남씨처럼 그를 "꿋꿋한 고집과 카리스마"로 치켜세우는 이도 있지만, 리더십에 물음 표를 붙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는 기자와 만났을 때 스티븐 코비의 ‘원칙 중심의 리더십’이란 책을 읽고 있었다.

이 같은 지적에 "그게 억지로 바뀌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한 그는 이날 안산에 연고를 둔 신한은행 에스버드 여자 농구팀 경기를 관람한 후 지인들과 모처럼 술잔을 기울였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법사위로 돌아가 평 의원으로 의정활동에 전념하겠다"며 4월 전당대회 의장경선 출마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근엔 영어공부에도 열심이다. 법무법인 ‘김&장’출신으로, 실무 영어실력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토종 영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CNN뉴스 해설 테이프를 구입해 날마다 듣고 있다. 그는 "통역 없이도 의원외교를 하는 게 목표"라며 "한반도 문제 등에 관해 미국 내 전문가들과 토론할 수준의 실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했던 그는 다음 대선에선 어떤 선택과 역할을 할까.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를 골라서 밀 것인지, 모교인 목포고의 상징이기도 한 ‘잠룡(潛龍)’이 돼 직접 나설 준비를 할 것인지, 그는 선문답 같은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왕 정치에 나섰으니까 정치인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최대한 성실하게 수행해야겠지요. 구체적인 건 나중에 두고 봅시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 나 있지만, 원칙과 정직으로 요약되는 그의 노선은 머지 않은 장래에 그를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서게 할 힘이다.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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