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53ㆍ사진) 주한 미 대사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2기 출범에 앞서 퇴임하는 제임스 켈리 국무부 미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후임에 내정됐다고 복수의 워싱턴 외교 소식통이 11일 밝혔다.
외교 소식통들은 “백악관은 힐 대사가 지난해 8월 한국 대사로 부임한 지 불과 5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나 북한 핵 문제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기에 적합한 인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한국 대사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되는 인물을 차관보로 기용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지만 그의 대화 중시 자세와 유연한 태도가 평가 받았다”고 전했다.
힐 대사는 지난해 말 워싱턴에서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을 만나는 등 미 정부 고위 인사들과 접촉했다. 외교 소식통은 당시 힐 대사의 워싱턴 방문 목적이 차관보 지명을 위한 인터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힐 대사의 후임으로는 W 부시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톰 쉬퍼(58) 호주 주재 대사가 거론되고 있다. 쉬퍼 대사는 1기 부시 정부 동안 호주 대사를 지냈으며 부시 대통령과 텍사스 레인저스 야구 클럽을 공동 소유하기도 했다. 그는 CBS 방송의 뉴스 앵커이자 수석 백악관 출입기자인 봅 쉬퍼와 형제간이다.
동아ㆍ태 차관보 기용설이 나돌았던 마이클 그린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유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터 차 전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미 NSC에서 한국ㆍ일본 담당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로써 2기 부시 정부 대외 정책의 주요 과제인 북 핵 문제를 다룰 미국의 외교 진용이 사실상 구축됐다.
힐 대사는 북핵 문제는 반드시 6자회담으로 풀어야하며 한국과 미국 양국 모두가 반미, 반한 감정들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 아래 개성공단 사업을 지지하고 한국 네티즌들과 대화를 갖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펴왔다.
미 메인주 출신인 힐 대사는 국무부에서 베오그라드 바르샤바 서울 근무를 거쳐 마케도니아 대사, NSC 동남부유럽 담당 국장, 폴란드 대사 등을 역임하는 등 주로 유럽쪽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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