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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최영도 국가인권위 2期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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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최영도 국가인권위 2期 위원장

입력
2005.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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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라는 지고의 가치를 온 몸으로 부여안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인권운동가 최영도(67) 변호사. 그가 3년 전 직접 출범을 주도했던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장이 됐다. 최 신임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취임한 이후 첫 인터뷰를 한국일보와 갖고 향후 인권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인권위 1기(2001년 11월말~2004년 12월말) 당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이라크전쟁 반대 의견 표명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며 앞으로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져도 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 동안의 ‘좌익 시비’에도 불구하고 2기 인권위가 1기 인권위의 정체성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최 신임 위원장은 1기 때와는 조금씩 선을 그어가고 있는 듯 보였다. 1기 때 관료적인 조직 운영에 항의하며 비상임위원직을 사퇴했던 곽노현 한국방송대 교수를 사무총장에 기용하고 시민·인권단체의 참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인권위에 ‘조직적 유연성’이라는 생명수를 불어넣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대담= 이은호 사회부 차장 leeeunho@hk.co.kr

_8일 곽노현 방송대 교수를 사무총장에 임명하셨는데요.

"곽 교수가 대학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는 전문가이고 인권 현장 경험도 풍부한 것을 감안했습니다. 또 곽 교수는 ‘올바른 인권기준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에서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아 오랜 기간 인권위 출범에 애를 써왔습니다. 사무총장으로서 사무처를 통괄하고 위원들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무난히 뒷받침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시민단체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데도 곽 교수가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_취임사에서 인권위와 시민·인권단체의 연계 강화를 얘기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됐습니까.

"1기에서도 시민실천 프로그램 용역사업 실시, 업무 설명회 개최, 시민단체 상근활동가를 위한 강좌 운영 등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1기에 대한 평가에서 협력이 부진했다는 지적을 받아 더욱 협력체제를 확고히 할 생각입니다. 우선 시민·인권단체 대표자와 활동가들을 만나 의견을 수용하고 만남 자체도 상시화 정례화할 계획입니다. 또 자문위원회를 신설, 각계각층 인사를 위원으로 구성해 운영할 예정입니다."

_1기 인권위가 국보법 폐지를 권고하고 이라크전쟁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는데 2기 인권위는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할 생각입니까.

"1기에서 국보법은 ▦일제 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만들어 태생적 한계가 있고 ▦올바른 절차를 거쳐 개정되지 않았으며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 폐지 권고를 했습니다.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국보법은 양심 사상 학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고 이는 국제인권규약 뿐 아니라 유추해석의 금지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에도 어긋납니다. 게다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죄가 무려 46가지나 되는 반인권적인 법입니다. 국보법은 반드시 폐지하고 형법의 2,3개 조항을 보완 입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과 영국이 유엔의 승인 없이 벌인 전쟁이라는 점에서 반대합니다. 유엔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전쟁은 모두 침략전쟁이기 때문이지요. 인권과 평화를 존중하는 입장에서도 이라크전쟁은 옳지 못한 전쟁입니다. 전쟁에 반대한 인권위의 의견 표명 역시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국보법 개정이나 다른 나라에 대한 파병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생긴다면 인권의 관점에서 최선을 다할 겁니다."

_일부에서 인권위가 좌편향이라고 하고 심지어는 ‘빨갱이’라고도 하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인권위는 국가기구이지만 정부라는 틀 안에 있는 기존의 국가기구와는 달라야 합니다. 이라크 파병 반대 의견을 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위는 대통령의 결정에 반하는 의견을 내라고 만든 기구’라고 말씀하신 것이 바로 인권위의 올바른 위상을 대변합니다. ‘좌편향이다’ ‘빨갱이다’라고 하는 것은 아직 냉전적 사고에 찌들어 올바른 사고가 복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말인 것 같아요."

_인권위법 개정안이 국회와 정부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현재 논의 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고 정부도 개정안을 냈는데 이 둘을 단일화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보건복지부 여성부 노동부 등 각 부처의 차별 시정 기능과 개인정보침해 차별 구제기능이 모두 인권위로 넘어온다는 것입니다. 또 지금은 ‘침해나 차별을 인정할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출석 요구를 할 수 있지만 개정안에서는 그런 규정이 삭제될 겁니다. 또 진정 시한도 사건 후 1년 이내에서 3년 이내로 확대됩니다. 다만 위원에 대한 면책특권이 개정안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유감입니다."

_그 밖에 역점사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현재 사형제를 논의 중인데 현행법에는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 항목이 95개나 돼 지나친 측면이 있어요. 인간배아복제 및 생명윤리와 관련해서도 관련 법을 검토해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_한 시민단체에서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이 많은데요.

"1993년 만들어진 국가인권기구 파리원칙에 따르면 국가인권기구의 위원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인권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 등을 계속 당하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현재 인권위법에는 면책특권이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회의록 공개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일부 안건에 대해 전원위원회 회의 내용을 공개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범위를 확대할 것입니다."

_인권위 위원장으로서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인권 침해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데서 비롯됩니다. 인권을 보호 받아야 할 소위 인권수요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것이라면 들어줘야 합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는 인권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가장 소중한 덕목입니다."

정리=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 최영도 위원장 누구/ 1973년 첫 維新 해직 판사 인권변호사로 민변회장 지내

최영도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은 취임 직후 "다시 공무원이 될 줄은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1973년 3월 서울지법 형사단독 판사 시절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해 법복을 벗은 지 31년 만에 다시 맡은 공직이다. 최 위원장은 71년 7월 제1차 사법파동 당시 판사들이 발표한 ‘사법권 독립 선언서’의 초안 ‘사법권 독립 침해 사례’를 썼다가 박정희 정권이 급조한 ‘법관 재임용 절차’에 의해 희생된 첫 유신 해직 판사였다.

독재에 희생된 그가 변호사가 된 뒤 인권운동에 투신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서울대 법대와 고시 13회 동기인 홍성우 변호사, 고 황의철 변호사와 교류하면서 인권변호사로 변모하게 된다. 홍 변호사와 황 변호사는 70~80년대 조준희 이돈명 변호사와 함께 인권변호사 4인방으로 불릴 만큼 중요 시국 사건의 변론을 도맡았던 인물이다. 특히 황 변호사는 최 위원장과 법무관까지 동기여서 사이가 각별했다.

인권변호사 4인방이 앞장서서 길을 헤쳐나가 갔다면 최 위원장은 음지에서 국가보안법 등으로 기소된 무명의 대학생들을 변론했다. 최 위원장은 "수십명의 대학생들을 변론했지만 당시 시대 상황 탓에 무죄를 받은 학생이 1명도 없던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정의실천법조인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창립 때부터 참가했으며 92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 96년 민변 회장을 각각 역임했다.

이후 시민단체 활동을 활발히 해오다 인권위 출범에 큰 힘이 된 ‘올바른 국가인권기구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 상임대표를 맡았고 2002년에는 참여연대 공동대표도 지냈다. 세 아들 가운데 차남 윤상(37)씨 역시 변호사로 민변 등에서 활약하며 아버지의 길을 따르고 있다.

그는 고미술에도 관심이 많아 20년간 모은 토기 1,578점을 2000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고 2003년에는 ‘세계문화유산기행-앙코르·티베트·돈황’(창비)을 출간하기도 했다.

최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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