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압바스 효과'의 허구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압바스 효과'의 허구성

입력
2005.01.12 00:00
0 0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선거가 실시된 9일 아침,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 예루살렘에서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국제참관단과 외국기자 수백 명이 투표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경은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이 때문에 유권자 10만 명 대부분이 집 가까운 투표소를 두고 예루살렘 바깥의 다른 투표소로 가야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 측에 항의를 거듭했으나 소용없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오후부터 차량을 동원해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실어날랐다고 한다.

■ 팔레스타인 저항투쟁의 상징 아라파트의 후계를 뽑는 선거는 그런대로 순조롭게 진행돼 온건 실용주의자 마무드 압바스가 새 수반이 됐다. 과격세력의 선거 보이콧이 우려됐으나, 유권자의 62%가 압바스를 지지했?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의 평화 전망이 밝아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무력투쟁을 반대하고 협상을 통한 평화를 주창한 압바스가 지지를 받은 것은 오랜 분쟁에 지친 팔레스타인 주민의 평화 열망에 바탕한 것이며, 따라서 압바스는 이스라엘과의 화해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주문이 많다.

■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의 권위도 아랑곳 않는 이스라엘의 투표 방해는 압바스에 대한 기대가 섣부른 것임을 일러 준다. 이스라엘의 행동은 평화협상을 가로막는 장벽의 하나인 동 예루살렘 문제에서 양보할 뜻이 없음을 과시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이슬람 성지 동 예루살렘을 반드시 새 국가의 수도로 삼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 이래 점령한 옛 팔레스타인 땅 가운데 특히 자신들도 성지로 여기는 동 예루살렘은 되돌려 줄 뜻이 없다. 아라파트 대신 압바스를 상대한다고 해서 이런 집착을 쉽게 허물 이스라엘이 아니다.

■ 평화협상의 쟁점은 이밖에도 여럿이다. 우선 이스라엘이 완전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수용하는 문제다. 점령지 유대인 정착촌을 모두 철거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67년 이전 경계선을 인정, 팔레스타인 난민 수백만 명의 귀향을 허용하는 문제도 있다. 이스라엘은 이 모든 쟁점에서 진정으로 타협할 뜻은 없다는 것이 객관적 분석이다. 아라파트가 퇴장했다고 해서 곧장 ‘압바스 효과’를 떠드는 것은 분쟁의 악순환이 팔레스타인의 책임인 것처럼 왜곡하는 허구다. 중동 평화는 여전히 이스라엘과 강대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