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의 제일은행 인수를 계기로 외환은행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제일은행처럼 외국계 투자펀드가 대주주인데다 은행권에서 마지막 남은 인수·합병(M&A) 대상이어서 매각가격에 프리미엄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미 M&A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라 다른 은행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꼽힌다.
11일 외환은행 주가는 장 초반 7% 이상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으나,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리고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이 크게 줄어 결국 1.78% 오른 8,600원에 마감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SCB의 제일은행 인수로 외환은행 매각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단기 매수를 추천했다.
삼성증권 유재성 연구원은 "대다수 은행주가 2004년과 2005년 장부가의 1.4배, 1.1배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나, 한미와 제일은행은 각각 1.95배, 1.89배에 매각됐다"며 "외환은행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주당 가격이 1만700원까지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외환은행의 자산건전성이 한미, 제일은행에 비해 다소 떨어져 같은 평가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지만, 매각이 11월로 다가오면서 주가가 M&A 기대감을 선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CJ투자증권 유승창 연구원도 "제일은행과 같은 1.89배를 적용할 경우 외환은행 매각가격은 주당 9,731원으로 현 주가 대비 15% 상승여력이 있다"고 추정했다.
반면 JP모건증권은 "외환은행 매각가격이 제일은행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섣불리 매수에 가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제일은행의 매각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면 외환은행 매각가격이 주당 9,700원으로 산정되지만, 현재 외환은행의 인수 주체로 강력히 거론되는 HSBC가 제일은행 인수전에서 낮은 가격을 제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인수 가격은 7,200원 선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되는 하나은행 역시 외환은행 주가가 자사보다 고평가돼 있어 매각가격을 높게 쓰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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