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셀러’란 말을 들어본 지 오래다. 2000년 4,104억원에 달했던 음반시장은 2003년 1,833억원으로 축소됐고, 지난해에는 1,000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업계추산). 불황탈출은 국내 대중음악 시장의 해묵은 과제가 됐다. 한편에서는 대중음악이 죽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가요시장의 재편방향을 제대로 짚지 못했을 뿐이라고 한다. 음반이 덜 팔려도 대중음악이 살 길은 있다. 날로 성장하는 온라인 음악시장과 해외, 특히 일본시장에서 가요계는 그 탈출구를 찾고 있다.
■ 온라인과 상생하라/ 신인발굴·콘텐츠개발 등 변화 주목
온라인 음악시장이 가요계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규모에 있어 2003년 음반시장을 역전시킨 온라인 음악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2000년 874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6,000억원을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벅스(www.bugs.co.kr)의 유료화 선언, SK텔레콤의 멜론(www.melon.com)과 LG텔레콤의 뮤직온(www.misicON.com) 등 대기업의 진출로 인한 올해 온라인 음악시장의 지각 변동도 관심사이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온라인 음악시장의 매력을 가수들이 놓칠 리 없다. 세븐 등 일부 가수들이 디지털싱글로 신곡을 발표했고, 이소라는 신보 발표에 앞서 음원을 온라인사이트에 일정기간 공개했다. 이같은 디지털 음원 제공 움직임은 올해도 계속, 더 확장될 전망이다. 데뷔 당시 뮤즈(www.muz.co.kr)와 연계한 온라인마케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테이는 2집 발매 때도 역시 온라인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음악 이용자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직배음반사들도 온라인 음악사이트를 통해 음반 홍보를 하고 있다.
온라인 음악시장이 자체 레이블을 만들어 가수를 발굴하고 키우는 등 직접 가요 콘텐츠 생산에도 나설 움직임도 보인다. 뮤즈를 운영하는 ㈜뮤직시티는 곧 신인가수 di-x를 온라인으로 먼저 데뷔시킨 뒤 음반까지 낼 계획이다. 펀케익(www.funcake.com)도 미로(음악), 아이가(영상), 낸시랭(퍼포먼스) 등 전문 아티스트 3명으로 구성된 ‘이스트 에러’의 디지털싱글 ‘일곱 가지 죄악’을 서비스하고 있다.
홍원근 뮤직시티 대표는 "온라인 음악서비스가 기존의 음원을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신인 발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음원을 확보하고, 대중음악시장 판도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며 "대중음악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상생의 관계"라고 말했다.
■ 일본시장을 노려라/ 새로운 한류중심… 현지화가 관건
가요계의 한류 진원지가 당초 중국 대만 등 중화권 국가였다면, 이제는 그 중심이 일본으로 바뀌고 있다. 보아의 성공은 기정 사실이고, 비 세븐 신승훈이 음반 발매 등 일본에서의 활동계획을 내놓았고, 지난해 데뷔한 한·일 합작 비주얼록밴드 트랙스도 본격 활동을 예고했다. 이들은 일본음반회사의 적극적 마케팅을 동반하는 등 나름의 전략을 갖고 일본 열도를 공략, 기대를 갖게 한다.
2월16일 일본 킹레코드사에서 국내 3집 ‘It’s Raining’을 일본시장 데뷔작으로 발매하는 비는 운도 따른다. 비가 출연한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가 때맞춰 일본 지상파 니혼TV에서 방영돼 시너지효과까지 노린다. 일본 음악팬 취향에 맞춰 ‘It’s Raining’ 대신 ‘I Do’를 타이틀 곡으로 내세우는 등 부분적 현지화도 시도한다. 비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는 장기적으로 트레이닝, 프로듀싱 등 음악제작 시스템까지 수출할 계획이다.
세븐은 지난해말 발표한 ‘Crazy’와 일본어 신곡을 싱글로 2월 중에 발매한다. 세븐은 국내 활동 휴지기에는 일본활동에 전념할 계획인데, 그의 소속사(YG엔터테인먼트)는 일본음반사 언리미티드에 아예 앨범프로모션을 일임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키우는 록밴드 트랙스는 록음악 인기가 많은 일본을 타깃으로 처음부터 일본 에이벡스와 합작으로 탄생했다. 지난달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싱글 ‘Scorpio’을 발표했으며, 앨범 제작에 X재팬 멤버 요시키를 참여시키고 보아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결국 한류의 다양화와 지속성 여부도 어쩌면 이들의 성공여부와 운명을 함께 하고 있는지 모른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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