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교생 10명 중 1명 정도는 학력부진아.’ ‘초등학교 6학년은 과학과 수학, 중학교 3학년은 수학, 고등학교 1학년은 과학이 취약 과목.’ 11일 발표된 ‘2003년 초·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수학과 과학 등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기초학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생들의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우울한 ‘성적표’다.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낙제 수준인 ‘기초학력 미달’ 판정을 받은 학생들이 수두룩했다. 전체적으로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있는 고교 1학년의 경우 10명 중 1명 이상이 수학과 과학 과목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학력저하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학년이 올라갈수록, 읍·면 지역 등 시골로 갈수록 기초학력 미달자가 두드러진 것도 특징이었다.
◆ 고교 1학년이 기초학력 미달 가장 많아 = 학교급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고등학교 1학년생들이 과학 과목에서 12.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수학도 무려 10%가 기초학력 미달자였다.
중학교 3학년들은 수학 과목이 11.5%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초등학교 6학년은 과학이 4.8%로 최다였다. 학교 수업을 무난히 받을 수 있는 정도인 ‘보통학력’ 이상은 초등생 62.8(과학)~75.9%(국어)였지만 중학생은 46.6(수학)~54.9%(국어), 고교생은 42.7(사회)~59.5%(국어)로 상급 학년이 될수록 뚝 떨어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측은 이에 대해 "중도 탈락자가 점차 두터워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교육과정의 교육 목표 도달을 근거로 한 평가여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결손이 누적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 읍·면 지역 학생 기초학력 현격히 떨어져 = 지역별로는 서울 등 대도시와 강원 춘천 등 중·소 도시 학생들이 모든 학년과 과목에서 읍·면 지역 학생을 크게 앞섰으나, 대도시와 중·소도시간에는 학년별 및 과목별로 점수가 달랐다.
초등생은 모든 과목에서 대도시 학생 평균점수가 중·소 도시에 비해 0.04(과학)~1.27점(국어), 고교생은 전 과목에서 중·소 도시 학생이 대도시 및 읍·면 지역에 비해 0.49(영어)~1.95점(사회) 높았다. 그러나 중학생은 사회와 과학은 중·소 도시가, 국어 수학 영어는 대도시가 높았다. 읍·면 지역은 대도시에 비해 최고 초등 4.85점(영어), 중학 3.87점(영어), 고교 5.73점(과학) 떨어졌고, 중·소 도시보다는 같은 학년, 같은 과목에서 각각 4.07점, 3.17점, 6.56점의 차이가 났다.
고교생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모든 과목에서 읍·면 지역, 대도시, 중·소 도시 순으로 높았다. 읍·면 지역 고교생 과목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국어 13.9%, 사회 14%, 수학 16.9%, 과학 23.9%, 영어 12.8% 등 모두 10%대를 훨씬 초과했다. 교육부는 "읍·면 지역 학생 학업성취도가 대도시나 중·소 도시에 비해 낮은 것은 시골 지역 우수학생들이 대거 도시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구향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평가연구본부장은 "교사의 기대 수준, 학부모의 교육적 지원 및 열의, 방과 후 보충학습 여건, 학생간 경쟁 등이 전반적으로 도시보다 낮다는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 키워드 | 기초학력이란
기초학력이란 학생이 교과목의 기본 내용을 50% 이상 이해함으로써 수업을 받는 데 지장이 없는 학력수준을 말한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란 해당 교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절반도 안 돼 사실상 수업을 받을 수 없는 ‘학력 부진아’를 의미한다. 이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자와 기초학력 미달자의 기준은 과목별로 초등학교 142~146점, 중학교 247~251점, 고교 348~350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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