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곧 폐지될 호주 중심 호적제도의 대안으로 내놓은 개인별 신분등록제도는 합리적으로 짜여졌다. 오랜 사회적 논란을 거쳐 호주제를 폐지하는 뜻에 충실하면서, 실제 국민 생활과 법률관계 등에서 최대한 실용성을 지니도록 고심한 방안으로 볼만 하다.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고 더러 문제도 드러나겠지만, 세부내용을 잘 다듬어 차질 없이 시행하도록 준비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새 신분등록제도가 남녀 가림 없이 개인마다 신분등록부를 만들고 가족의 기초 신분정보를 함께 기록하는 1인1적(籍) 방식을 택한 것은 바람직하다. 가족생활의 양성평등과 개인존엄을 규정한 헌법정신과 호주제 폐지 명분에 비춰 볼 때, 일부에서 제시하는 가족부 방식은 어중간한 절충형이 될 수 있다. 부부 가운데 기록의 중심이 되?이른바 기준인을 다시 정하도록 하는 것부터 호주제의 폐단을 남겨두는 측면이 있다.
새 제도가 개인의 신분변동사항을 담은 신분등록부와 별도로 배우자 부모 자녀의 정보를 관리, 필요에 따라 가족증명 혼인증명 등의 공부(公簿) 증명을 발급하도록 한 것도 장점이다. 호적제도의 폐단인 개인의 프라이버시 노출을 막는 동시에, 국민 생활과 법률관계 등에 필요한 사실확인은 지금보다 간편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행정 전산화에 따라 국가적 기록관리 수준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반길 일이다.
대법원이 호적제도 대안까지 제시한 마당에 호주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을 되풀이하는 것은 낭비다. 새 신분등록제도가 가족해체 현상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러나 호주제 폐지는 오랜 세월에 걸쳐 국민의식과 사회환경이 크게 변화한 데 따른 것이다. 시대변화에 따른 가족해체는 낡은 제도에 의지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개인과 사회가 새로운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고민하고 모색하는 것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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