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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귀하면서도 값이 싼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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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귀하면서도 값이 싼 물건

입력
2005.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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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이 세상에 물보다 더 헐한 물건이 있을까,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무얼 헤프게 쓰면 ‘물 쓰듯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물을 작은 병에 담아 500원에 판다. 공기는 아직 돈을 주고 사지 않는다. 그러면 이 세상에서 돈을 주고 사는 물건 중 가장 값이 싼 것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냥 단순히 가격만 낮은 게 아니라, 우리생활 속에 그것의 쓰임새와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싸게 느껴지는 물건은.

어제 저녁 부엌 형광등이 나갔다. 막대 형광등이었는데, 부엌일을 하던 아내가 갑자기 형광등이 깜빡거린다며 새 것으로 갈아 달라고 했다. 내 주머니엔 3,000원밖에 없었는데, 아내는 그거면 충분하다고 했다. ‘과연 이 걸로 새 형광등을 살 수 있을까’ 조금은 미심쩍은 마음으로 집 앞 슈퍼로 나갔다.

그런데 어른 세 뼘이나 되는 막대 형광등 가격이 1,400원이라는 것이었다. 한 번 갈아 끼우면 일년 넘게 온 방을 환하게 밝혀주는 등 값이 고작 라면 두 개 값이었다. 몇 번이나 물어도 그렇다고 했다. 물과 공기처럼 어둠을 밝혀주는 등도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기에 오히려 값이 싼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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