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제도 폐지(3월말)에 대한 오해, 생계형 신용불량자 추가 구제방침 등의 여파로 작년 12월 이후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가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하루 신청자가 1,000명 정도 달했는데 최근에는 800명 선으로 20% 가량 감소했습니다."(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
작년 3월 배드뱅크 등 신용불량자 대책을 내놓으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정부가 불과 9개월여만에 생계형 신용불량자에 대한 추가 구제방침을 밝히면서 또다시 ‘버티고 보자’는 식의 도덕적 해이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 생계형 신용불량자 중 기초생활보호대상자들의 채무원금을 감면해 주는 방안이 정부에서 거론된 이후 정부대책의 원칙과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물론 도저히 빚 갚을 능력이 없는 빈곤층이나 부모에게 보증을 섰다가 ‘연좌제’처럼 신용에 금이 간 청소년 등에 대한 구제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미리부터 원금 탕감 등의 기대심리를 퍼뜨리는 것은 부작용만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신용불량자 추가 구제방침이 나온 이후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이전에 연락이 되던 사람들이 전화를 받지 않고 잠적해 버리는 것.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임채일 신용관리부장은 "원리금 상환을 약속했던 사람들조차 무언가 획기적인 조치가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 때문에 연락이 두절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 부장은 "최근 대책을 보면 과거 정부의 범칙금 사면조치를 보는 듯하다"며 "정상적으로 이자를 잘 내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모럴 해저드의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인천지역 채권추심센터 관계자는 "본인 채권이 추심회사로 넘어갈 때까지 기다리는 얌체 연체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통상 연체 시작 후 7~8개월이 지나면 추심회사에 매각되는데, 추심회사는 채권을 헐값에 사들이기 때문에 50% 이상 원리금을 감면해주는 것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삼성카드 대전컬렉션지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현재 1~6개월 연체된 채권 중 신용회복 신청 건수는 대전지점의 경우 176건"이라며 "자체 조사 결과 이중 56건, 31% 가량은 변제 능력이 있으면서도 상환을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등의 연체자 모임에서는 ‘어느 금융회사는 어떤 점에 약하고, 이렇게 하면 (추심을) 피할 수 있다’는 식의 정보가 돌아다닌다"며 "금융기관 자체 구제 프로그램도 적지 않은데, 정부가 또다시 나서면 모럴해저드만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생계형 신불자에 대한 선별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영세 자영업자 등을 어떤 잣대로 추려낼지, 이 과정에서 무임승차자는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경부 추경호 은행제도과장은 "아직 원금탕감 등은 전혀 확정된 바 없다"며 "2월까지 생계형 신용불량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쳐 3월 중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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