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폐막한 ‘2005 소비자 가전쇼(CES)’는 ‘융합(컨버전스)’ ‘대형화’ ‘지능화’ 라는 세계 전자산업의 3대 경향을 확인해 준 행사였다. 정보기술(IT)과 가전의 융합, 초대형 벽걸이 TV의 보급, 유비쿼터스 가전제품의 등장은 인터넷과 멀티미디어가 인간 생태계의 ‘새로운 환경’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줬다.
이번 CES에서는 지난해보다 한층 발전된 컨버전스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휴대폰은 고유의 음성통화 기능보다 인터넷 접속 기능이 더욱 강조되면서 ‘종합 휴대통신 기기’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노키아에 이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영문 자판을 내장해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발송이 편리한 휴대폰을 선보였으며, 디지털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 게임 기능 등은 사실상 기본사양이 됐다. 소니의 PSP 게임기는 인터넷 통신과 멀티미디어 감상 기능을 과시했고, 국내 업체들의 디지털멀티미디어(DMB) 폰은 방송과 통신이 더 이상 구분하기 힘든 영역이 됐음을 보여주었다.
디지털TV와 DVD플레이어 보급 확대로 디지털 영상기기 역시 주목할만한 발전을 이룩했다. 브라운관TV는 종적을 감추고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과 액정화면(LCD) TV가 전시장 전체를 점령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세계 최대인 102인치 PDP TV와 55인치 LCD TV를 선보여 일본과 미국 업체들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미국 TI사는 머리카락 한 가닥도 선명하게 표시하는 최신형 DLP 기술을 선보여 미래형 프로젝션 TV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더불어 도시바·NEC는 공동 부스를 설치, DVD보다 월등한 화질과 저장 용량을 자랑하는 ‘HD DVD’ 표준을 홍보했다. HD DVD는 소니·마쓰시타·삼성전자·LG전자의 ‘블루레이’ 표준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차세대 디지털 영상 매체다.
이번 CES는 한국 업체들의 독무대였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이 "우리 기업들이 빠지면 이런 전시회가 가능하겠느냐"고 말할 정도로 우리의 디지털 기술 및 제품은 규모와 품질면에서 전시회를 압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시회가 주는 제품 혁신상 29개를 휩쓸었다. 또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의 절반 이상이 우리 업체들의 전시 부스에 몰려들어 ‘세계 최고’ 수식어가 붙은 제품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마저 올해는 LG전자와 레인콤 등 우리 기업들의 제품을 시연해 보이며 자신들의 차세대 성장 전략을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김동국기자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