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명을 인질로 잡았으며, 한국 정부가 철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는 이라크 무장단체의 인터넷 성명이 많은 국민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성명이 실린 아랍어 웹사이트가 쿠웨이트에서 개설된 이래 주로 이슬람 과격단체의 선전무대가 돼 왔다는 점에서 적잖은 우려를 자극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다행히 성명이 밝힌 시한이 한참 지났는데도 별 움직임이 없는 데다 ‘곧 싣겠다’던 주장과 달리 한국인 인질 사진도 싣지 않았다. 그리 믿을 만한 내용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선 반갑다. 무엇보다 현지 공관이 파악하고 있는 교민은 모두 안전하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만 정부 당국에 알리지 않고 제3국을 거쳐 이라크로 간 한국인이 있을 수도 있어 아직 100% 안심할 수는 없다. 종교적 목적, 또는 사업상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이라크 입국을 강행한 실례가 있었다. 애초에 성명 내용에 회의적이던 정부가 끝내 ‘만일’을 배제하지 못한 것도 일반적 행동양식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 ‘종교적 열정’ 때문이다.
우리는 우선 이번 피랍설이 단순 소동으로 끝나기를 기대한다. 또 그것이 어떤 종류의 열정에 의한 것이든 결코 이라크 무단 입국 시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울러 정부의 대응에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정부는 피랍 정보의 신뢰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언론에 알리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런 자세는 국민 보호에 지나침이란 있을 수 없다는 원칙에서는 진일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에 비해 우월한 정보 수집·분석 능력을 가진 정부가 ‘만일’을 이유로 최종 정보판단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더욱이 그것이 사태 자체보다 결과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또 다른 무책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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