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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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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입력
2005.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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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10회 한국뮤지컬대상서 최우수작품상, 여우주연상, 극본상, 음악상을 움켜쥔 ‘마리아 마리아’. 대학로 소극장 작품이 주요 상을 휩쓴데 대한 질시에 대항이라도 하듯 극본을 다시 쓰고,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던 이소정과 가수 김현성이 가세해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 무대에 다시 올랐다.

넓어진 무대와 새로운 배우에도 불구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마리아 마리아’는 여전히 강효성에 의한, 강효성을 위한, 강효성의 작품이다. 도입부부터 강효성의 춤과 연기는 숨가쁜 관능의 목소리로 부르는 ‘활활 타올라라’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로마에 갈거야’에는 예수(김현성)를 유혹해내면 예루살렘의 밑바닥 생활을 정리할 수 있다는 마리아의 설렘으로 가득하다.

자칫하면 인생이 끝장 날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불러대는 ‘당신이 필요해요’는 절박하면서도 애절한 음색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자신의 어머니로 나오는 윤복희와 대화처럼 주고 받는 노래 ‘내 고향 막달라’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듣노라면, 한순간 온몸을 휘감는 전율을 느끼기도 한다. 마흔 넷의 나이는 간데 없고, 25년 경력의 노련함이 창녀에서 성녀로 거듭나는 마리아의 모습을 완벽하게 창조해낸다.

그러나 강효성이 발산하는 열정과 달리 다른 배역들은 도드라진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 뮤지컬에 첫발을 내딛은 김현성은 맑고 차분한 음성으로 예수 역을 무난히 담아내지만, 객석을 압도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예수 제자들의 군무와 합창도 대극장 무대를 장악할 만큼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다. 마술을 행하는 로마장군 안티바스의 코믹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 딱딱한 무대 분위기를 풀어주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희화적으로 묘사돼 오히려 긴장감을 반감시키는 면도 있다. 반면 로마군에게 윤간당하는 마리아의 어린시절 회상장면에 단 한번 등장하는 한국 뮤지컬의 대모 윤복희는 이런 아쉬움을 덮어주고도 남을 열창으로 긴 여운을 남긴다. 무대인사 때 ‘당신이었군요’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즐거움이다.

‘마리아 마리아’는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는 현재진행형의 창작 뮤지컬이다. 한전아트센터 무대는 소극장서 보여주었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자리이지만, 내년 오프브로드웨이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음을 보여준 공연이기도 하다. 23일까지. (02)593-0901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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