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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워싱턴 포스트 3개면 걸쳐 특집/"기러기 아빠는 고통스런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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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워싱턴 포스트 3개면 걸쳐 특집/"기러기 아빠는 고통스런 선택"

입력
2005.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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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기러기(kirogi)라고 불린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9일 1면과 14·15면 등 3개면에 걸쳐 한국 중산층의 ‘기러기 현상’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신문은 "한국에서 기러기는 전통적으로 ‘평생을 함께하는 짝’을 의미하며, 자식에게 먹이를 대기 위해 매우 먼 거리를 여행하는 새"라면서 "기러기 아빠는 한국에 남아 돈을 벌며 외국에 나가 있는 자식과 아내에게 생활비를 대는 가장"이라고 설명했다.

WP는 "한국은 인터넷 대국이자 초고층 쇼핑몰의 나라지만 사회적으로는 왕조시대의 교육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기러기 현상의 원인을 꼽았다. 신문은 특히 "기러기 가족들은 한국의 경쟁적인 학교교육에서 탈출해 미국의 교육을 얻었다"면서 "하지만 그 대가는 조각난 가족"이라고 지적했다.

WP는 강원랜드의 카지노 책임자인 김기엽(39)씨 가족의 사례를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취재했다. 김씨는 현재 강원도 태백에서 혼자 살고 있으며 그의 아내 김정원(38)씨와 3명의 아이는 미국 볼티모어 엘리컷시(市)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머니 김씨는 "미국에서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서 "아이들이 친구와 좋은 시간을 갖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한국에서 조기유학을 떠난 어린이 수가 2000년에 4,400여명이었던 것이 2002년엔 1만여명으로 훌쩍 뛰었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김씨의 큰 딸 한나(13)양은 "심한 압박이 느껴지는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유학 온 지난 1년을 ‘인생 최고의 해’로 꼽았다. 한나양은 중학교에 다니며 방과 후엔 학교 밴드 활동을 하고 드럼 교습을 받았다. 한국에 있었다면 ‘4당5락(4시간 자면 합격, 5시간 자면 불합격)’의 고행을 겪어야 했다. 외국인 영어 프로그램을 1년만에 졸업했으며 현재 학교 성적은 상위권이다.

아버지 김씨도 20세 때 미 네바다 대학에 유학해 오늘의 지위를 얻은 사람이다. 이탈리아제 양복을 입은 그는 101명의 직원이 있다. 49세에 은퇴하기까지 10년을 가족을 위해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기러기 아빠 생활은 그 자체가 도박이다. 불규칙한 생활로 비만 등 건강이 상할 뿐 아니라 유혹에 굴복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김씨는 연말에 휴가를 내 미국의 가족을 방문했다. 하지만 아빠가 아니라 삼촌이 된 듯한 낯선 느낌이 들었다. 10년을 희생하겠다는 결심도 흔들린다. 오후 3시 아빠는 친척 차를 타고 공항으로 떠났다. 한나양은 문에 기대어 흐느낀다. 둘째(11)는 겜보이에 다시 열중했다. 막내(4)는 인형을 팽개치고 아빠를 위해 울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기러기 가족의 생활을 자세히 묘사했을 뿐 평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사의 제목은 ‘고통스러운 선택(Wrenching Choice)’이라고 달았다.

박원기기자 dejavu@hk.co.kr

■ 날아갈 돈 없어 공항에서 손만…/ '펭귄아빠'까지

‘펭귄 아빠’는 날기라도 하는 기러기와는 달리, 아무리 뒤뚱뒤뚱 날갯짓을 해봐야 날 수 없다는 데서 나온 신조어다. 기러기 아빠는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가족에게 날아갈 수 있지만, 펭귄 아빠는 가족의 유학비와 생활비를 대느라 경제적으로 극도로 쪼들려 정작 자신은 비행기를 탈 수 없고 공항에서 손만 흔드는 처지가 많다.

동물학자들은 펭귄을 인간을 포함해 세상에서 가장 부성애가 뛰어난 종으로 꼽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코끼리가 울고 있을 때’의 저자인 동물학자 제프리 무세이프는 "펭귄 아빠들은 영하 60도의 얼음바닥 위에 서서 시속 160km 이상의 눈보라를 견뎌내며 4개월가량 음식도 안 먹고 잠도 자지 않은 채 알을 품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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