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전 교육 부총리 사퇴 파문에 책임을 지고 일괄사표를 제출한 청와대 인사추천회의 위원 6명 중 박정규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만을 문책키로 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중요한 인사결정은 모두 내가 했기 때문에 참모들의 책임을 묻기가 난감하다"며 나머지 4명의 사표를 반려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중요 국사에서 대통령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이 있으면 어느 참모든 단호하고 신속하게 정리해야 하며, 이 자체가 또한 하나의 책임에 해당한다. 사실 노 대통령이 이를 "난감하다"고 말할 일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김우식 비서실장이 유임된 문책 범위가 과연 합당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과 유감을 갖게 된다. 책임으로 말하면 대통령에게 최종 건의를 하는 인사추천회의의 최고책임자가 김 실장이다. 이 전 부총리가 가졌던 결함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회의의 토론을 유도하는 일은 바로 그의 몫이다. 또한 김 실장과 이 전 부총리는 40년 동안 공·사적 인연을 쌓아 온 지기였고, 이로 인해 부실 검증과 정실인사의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실장이 문책을 벗어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여겨진다.
노 대통령이 굳이 김 실장 유임을 고집하는 취지를 짐작 못할 바는 아니다. 보수 세력과 여론을 포용하고, 민생 경제 살리기를 위해 실용주의적 국정기조로 가려는 데 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청와대 수뇌진이 일괄사표를 내야 했던 대형 국정혼선, 그리고 여기서 결정적 흠결을 드러낸 책임자를 정리하는 올바른 원칙과 명분을 저버리고 있다.
실용노선과 과오에 대한 문책은 별개의 문제이다. 김 실장 유임에 집권 3년차에 보여야 할 쇄신과 각성이 결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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