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일 전당대회에서 차기 의장을 선출할 예정인 열린우리당에서 ‘문희상 대세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 뻔한 승부에 따른 흥행 부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전당대회가 80일도 더 남은 상태에서 문 의원 카드가 급부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내 양대 축인 당권파와 재야파가 문 의원을 추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마땅한 의장후보가 없다는 공통 점이 있다. 당권파에선 신기남 전 의장이, 재야파에선 장영달 국민정치연구회 이사장이 출마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내부에서조차 득표력을 의심하는 이가 적지 않다.
아울러 국가보안법 처리를 놓고 지리멸렬했던 당의 결속을 이끌어내는 데도 문 의원 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데도 양측의 시각이 일치한다. 계파 색이 엷으면서, 포용력과 리더십을 두루 갖췄다는 얘기다.
당권파와 재야파의 핵심 인사들이 최근 회동을 갖고 ‘문희상 의장 만들기’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재야파의 한 의원은 "대의원 1인 당 2표를 행사하는 만큼 1표는 문 의원에게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게다가 개혁당파와 안개모에도 긴밀한 당정청 협력을 통해 민생·경제 살리기와 개혁과제의 일관된 추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점을 들어 문 의원에 대한 호의적 기류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희상 대세론’이 조만간 표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를 우려하는 시각도 엄존한다. 당의 최대 행사인 전당대회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질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다른 출마 예상자들의 비중과 지지세력이 약해 전당대회가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4월 재보선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또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의 경력 때문에 대통령의 당정분리 원칙이 깨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문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다면 이는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서가 아니라 스스로 당심(黨心)을 묶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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