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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아이들과 도서관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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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아이들과 도서관 가는 날

입력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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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만 셋 둔 엄마다. 큰 아이가 드디어 올해 학교에 들어간다. 학부형이 된다는 생각으로 요즘 꽤 들떠있지만 걱정도 많다. 여러 가지 교육이 필요하지만 우리집 형편이 그런 교육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 마음이 아프다. 친구들을 만나면 늘 그런 얘기가 오간다. "요즘 괜찮은 학습지가 나왔는데…." "우리 애는 이번에 한자급수 땄어." "영어학원은 어디가 알아준다더라."

TV나 라디오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면 실감이 안 나는데 막상 친구나 이웃에게서 직접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우리 아이가 뒤쳐질까, 똑똑한 아이를 바보로 만들면 어쩌나…. 그런 생각으로 잠 못 이루는 적도 많다.

어제도 아들과 도서관에 갔다. 한창 말 안 듣는 개구쟁이들인데다 막내는 이제 25개월이라 일일이 안고, 업고, 달래야 한다. 큼직한 배낭에다 책이며 CD를 챙겨 넣고 우리 네 사람은 시내버스를 타고 도서관으로 갔다. 겨우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지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내버스를 타곤 한다.

이곳 청주 중앙도서관은 언덕이 어찌나 경사가 심하고 힘이 드는지 나 같은 애 엄마에게는 고난의 길이요, 험준한 인생 길의 축소판처럼 여겨진다. 도서관 문을 여는 아침 9시에 맞춰 버스를 타고 아이들과 그 언덕을 오르노라면 우리의 이마에는 땀이 송알송알 맺힌다.

학습지나, 좋은 학원이나, 세상에 널려있는 좋은 교육의 기회들이 나라고 왜 탐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의 부족한 머리로 계산기를 두드려보아도 꼭 그렇게만 생각되지 않는다. 엄마와 형제들과 더불어 이렇게 도서관을 오르내리며 쌓는 경험과 많은 책 속에서 풍요로운 지식과 지혜의 달콤한 샘물을 먹는 일도 값진 경험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1년이면 300여권의 책을 읽는다. 서로 뒤엉켜 싸우고 울고 웃으며 놀다가 어느덧 주위가 조용해서 쳐다보면 각자 흩어져 책을 읽고 있다. 큰 애는 막내를 자기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난 그러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만 크면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어지는 것 같아도 결과는 더 좋으리라 확신한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을 열어주었다고 믿는다.

어제도 책을 읽어주다 둘째 아이가 울기에 깜짝 놀라 물어보니 주인공이 너무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매주 두 번씩 도서관을 오르내릴 수 있는 건강과 책을 통해 느끼는 행복과 그것을 삶에 조금씩 적용해 가는 일이 올해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지식으로 한층 풍성해지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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