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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운전하며 스트레스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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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운전하며 스트레스 해소?

입력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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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떼 같이 몰려오는 자전거며 별별 자동차,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무시한 채 마구 튕겨 나오는 행인들…. 교통하면 나 역시 할말없는 중국인이지만, 한국에 근 10년을 살면서 맹훈련을 거듭한 운전기술은 지금이라도 모국에 돌아가면 카레이서로 활약할 수 있을 정도다. 자동차 왕국인 한국에서 명절 때면 걱정 1순위는 단연 교통지옥이다. 오늘은 자아 반성의 차원에서 한국의 고약한 운전문화를 짚어보려 한다.

한국의 교통 감시망은 잘 짜여져 있는 편이라 운전자들이 ‘개성’을 과시할 수 있는 방법은 기껏 안전벨트를 슬며시 풀어 버리는 것뿐이다. 속도제한 속에 스포츠카는 패션이나 다름없어 굵직한 배기통 두어 개 더 달고 심하게 부르릉거리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녹색 신호등 점등 2초 만에 정확하게 경적을 울리고, 별일 아닌 일에 툭하면 상향 전조등을 번쩍거리는 것도 수직적 인간관계 속에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여기는 외에 별도리가 없다. 고상하게 카라디오에서 흐르는 찬송가를 따라 부르다가도 눈에 거슬리는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질퍽한 욕을 해대는 건 인격과는 전혀 상관없고, 차선 바꾸려는 옆 차를 맵시좋게 밀어내는 것도 교양하고는 무관하다.

제법 거물급 인사가 타고 있음직한 큼직한 검정 승용차, 작은 소리에도 ‘혹 어르신의 거국적 구상 망칠라’ 기사님의 세심한 배려 속에 좌우 방향지시등도 켜지않은 채 옆 차선에 차 머리를 들이민다. 그러면 보험료 인상이 무서운 소형차들은 슬슬 피할 밖에... 억울하면 집 팔아 대형차 사란다. 신호대기 중의 운전자들은 또 어떤지. 퇴근시간은 여유가 있을 법도 한데 정지선에 앞바퀴 은근슬쩍 걸친 기세며, 신호와 동시에 옆차를 멋들어지게 제치는 모습은 영락없이 자동차 경주 선수다.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1위란다. 이제는 당당히 선진국 반열에 들었으니 다른 운전자를 탓할 게 아니라 나 자신부터 이번 설 귀향 길서부터 운전 습관을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추이진단 중국인 한신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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