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의 연예뉴스 한토막.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가수 비를 위해 직접 옷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정말 그렇다면 얼마나 좋습니까. 한류열풍이 드디어 동남아를 넘어 콧대높은 서구 패션의 제왕까지 굴복시켰구나 감동할 만하지요.
이 뉴스는 또 다른 연예뉴스 한 편을 떠올리게 합니다. 지난해 4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르마니 패션쇼에 권상우가 모델로 나서 한류스타의 위세를 떨쳤다는 뉴스는 당시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그러나 이들 뉴스의 실상은 다릅니다. 아르마니 관계자에 문의결과 권상우는 모델로 선 것이 아니라 게스트 중 한명으로 패션쇼를 보고 뒷풀이 격인 파티에 참가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비 역시 미스터 아르마니가 직접 옷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과장이고 아르마니사(社)가 지난해 9월부터 전세계 동시 시작한 주문제작 서비스를 홍보하기위해 스타마케팅 차원에서 비를 로마에 초청, 현지 재단사가 옷을 맞춰준다는 내용입니다.
패션담당 기자인 제가 굳이 연예계 뉴스에 토를 다는 이유가 뭐냐구요? 한류스타의 성과는 인정하되 과대포장하지는 말자는 겁니다. 연예저널리즘의 무분별한 한류스타 띄우기가 패션계나 패션모델이라는 전문직종에 대한 오해를 낳을 수 있거든요. 미스터 아르마니는 지금껏 단 한번도 유명스타를 패션쇼에 모델로 세우지않았어요. 리처드 기어, 리키 마틴 등 내로라 하는 톱스타들이 팬을 자처하지만 적어도 패션쇼에서는 옷보다 사람이 튀어서는 안된다는 철학을 갖고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더구나 패션모델은 유명세나 아름다운 몸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비나 권상우가 모델 부럽지않은 신체조건을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름답게 단련된 몸은 모델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죠. 당대의 톱모델인 장윤주만 해도 데뷔전 3년간은 발톱이 빠지고 매를 맞아가며 하루 12시간씩 워킹연습을 하는 모진 세월을 견뎌냈습니다. 그런 피나는 훈련결과 ‘옷을 가장 잘 표현하는’ 모델이 된 것이지요.
지금도 곳곳에서 패션무대의 꿈을 키우며 피땀흘리는 모델지망생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새 해엔 ‘아니면 말고’식의 연예인 패션뉴스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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