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총리 사퇴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새출발을 하려던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구상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임명된 지 사흘만에 중도하차 한데 이어 이번 사태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김우식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추천회의 참석 멤버 5인 이 9일 사의를 표명했다.
평소 같으면 즉각 사의를 반려했을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일단 시간을 갖고 생각하겠다"고 말한 것은 교육부총리 사퇴 파문을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노 대통령은 새해 들어 ‘선진한국 건설’ ‘관용의 정치’ 등을 새로운 국정 목표로 설정하고 과거와 이념보다는 미래와 실용을 중시하는 국정 운영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각 진용을 짜는 첫 걸음부터 삐드득댐으로써 새로운 국정운영에 탄력을 붙이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노 대통령은 따라서 청와대 개편과 인사시스템 개혁 등을 통해 심기일전의 각오를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추천회의 참석자들의 집단 사의 표명은 노 대통령이 진용을 다시 개편해서 산뜻하게 재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들의 집단 사의 표명은 인사 시스템이 허점을 보인데 대한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특히 이번 개각을 앞두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소속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이부총리를 임명할 경우 도덕성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사실상 ‘부적격’ 의견을 냈는데도 김 실장이 주재한 인사추천회의에서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이 전 부총리와 ‘45년 지기’인 김 실장이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김 실장이 공동 저서 5권을 낼 정도로 자신과 가까운 이기준 전 서울대총장을 교육부총리로 천거하는 데 깊숙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이병완 홍보수석은 "김 실장은 인사추천회의에서 교육부총리에 대해 전혀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변호했으나 김 실장이 이 전 부총리의 약점에 대해 전혀 의견을 내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정찬용 인사수석은 정무직 인사를 담당하는 수석으로 교육부총리 후보군을 추천하고 1차 검증하는 자리에 있으므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또 민정수석실은 인사추천회의에서 압축된 2~3배수의 장관 후보들에 대해 검증하는 역할을 하게 돼 있기 때문에 박정규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시했다. 김병준 정책실장, 문재인 시민사회수석, 이병완 홍보수석 등은 인사추천회의 멤버로서 도의적 책임을 나눈다는 입장에서 동반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의 사의 표명은 작게는 청와대 개편을 낳을 수 있으며 불똥이 확대될 경우 향후 내각과 여당의 개편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코드형 인사’와 ‘탈(脫)코드형 실용 인사’를 배합하는 노 대통령의 최근 인사 기조는 일단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았던 ‘탈 코드형 인사’ 에 다소의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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