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시골 초등학교 동창들과 영등포의 어느 음식점에서 만났다. 그리고 한 군데 더 장소를 옮겨 술을 마신 다음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올 때, 그 곳이 어디였는지 영등포역을 가로질러 길을 건너게 되었다. 내가 늦은 시간 영등포역이나 서울역에 나가볼 일은 1년에 서너 번 될까말까 하다. 그곳에 홈리스가 많다는 것은 알지만 늦은 밤 통로에 신문지를 깔고 죽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들은 그 곳에서 잠을 자는 대신, 어떤 불문율처럼 그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며 구걸하지 않는다고 했다. 행인을 불편하게 하면 잠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홈리스들이 잠을 자고, 길눈이 어두운데 술까지 마신 나는 그 넓은 영등포역 안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어느 쪽으로 나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그곳에 자지 않고 서성이는 홈리스에게 길을 물었는데, 그 때 그로부터 들은 한 마디의 말이 지금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집으로 가는 길 잃어버리지 마십시오. 여기 집을 잃어버려 못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길을 잃어버려 못가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그 말이 마치 우리 삶의 어떤 전언처럼 들리던 것이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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