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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지적한 책 낸 이재호 교수/ "임금·입맛 등 순우리말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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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지적한 책 낸 이재호 교수/ "임금·입맛 등 순우리말은 없어"

입력
2005.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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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전은 태반이 유통기한 지난 어묵을 제조일자 표시만 바꿔 새로 파는 식입니다. 돈벌이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전 만드는 투자를 해야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펴보는 사전은 국어사전이 아니라 영한사전이다. 더 안타까운 일은 그 영한사전이 ‘부실공사’란 점이다. 이재호(70·사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최근 국내 대표적인 영한사전 7종의 내용에서 잘못되거나 보충할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한 ‘영한사전비판’(궁리 발행)을 냈다.

1970년 우연히 ‘뉴우월드 콘사이스 영한사전’에서 ‘sir’의 번역어 가운데 ‘경(卿)’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사전 뒤 백지에 메모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영한사전에서 오류라고 생각한 부분을 그때그때 적어두었다가 이번에 책으로 묶은 것이다.

"문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대표적인 것은 번역말에 순우리말이 대개 빠졌다는 점입니다. 또 실제로 쓰는 우리말 대신 다른 말이 번역어에 들어있고, 우리말 단어로 옮겨야 할 것을 설명식으로 풀어놓은 것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king’을 찾아보면 번역어에 ‘왕’ ‘국왕’ ‘군주’는 있어도 ‘임금’은 없다. ‘appetizing’에 ‘식욕(食慾)을 돋우는’ ‘미각을 돋우는’은 있어도 ‘입맛을 돋우는’은 빠져 있는 식이다. ‘adult’를 ‘어른’ ‘성인’으로만 옮겼지 실제로 자주 쓰는 ‘어르신’ ‘어르신네’로 옮기지 않았다거나 ‘age’를 ‘연령’ ‘나이’로만 번역했지 ‘연세(年歲)’ ‘춘추(春秋)’로는 옮기지 않았다. ‘brother’는 ‘형’ ‘남동생’ ‘오빠’ 등으로 다양하게 옮겨야 하지만 ‘형제’ ‘형’ 등의 의미만 실려 있다든가 ‘sister’에 ‘누나’ ‘누님’ 등의 번역어가 빠진 것도 문제다.

‘native speaker’를 ‘원어민(原語民)’이라 하지 않고 ‘(어떤 언어를)모국어로 쓰는 사람’이라거나, ‘wannabe’를 ‘극성팬’ ‘열광적(열렬한) 팬’이 아니라 ‘동경하는 것과 같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새 학기만 되면 최신 단어 수록했다고 열심히 광고하면서도 ‘자유무역협정’을 뜻하는 ‘FTA(Free Trade Agreement)’가 표제어로 나와 있는 영한사전은 하나에 불과하다. 인명이나 지명 표기가 제 각각인 것은 한둘이 아니다. 미국 테니스 선수 ‘Agassi’를 ‘아가시’ ‘애거시’로, 한국 축구대표팀 전 감독 ‘Coelo’를 ‘쿠엘류’ ‘코엘류’로 서로 다르게 쓰는 예만 봐도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교수는 "사전 편찬은 작업량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지만 한 나라의 문화를 떠받치는 초석이라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곧 이윤기씨의 그리스 로마신화 번역의 문제점을 지적한 ‘문화의 오류’도 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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