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이 백두대간의 위용을 본디 모습대로 찾아냈다. 위성영상과 실측자료 등을 이용하여 완성한 한반도 산맥지도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과 크게 달라서 충격을 준다. 오히려 19세기의 지리학자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는 정확히 일치한다고 한다. 그동안 일본학자가 1903년에 만든 엉터리 지도를 무비판적으로 추수해 온 학문적 풍토가 허탈하고 부끄럽다. 또한 백두산을 7차례나 답사했으며, 끝내 학문의 길에서 순교한 것으로 전해지는 고산자의 위대성 앞에서 다시 한번 고개가 숙여진다.
이번 연구결과 각급 학교 지리교과서 등이 가르쳐 온 14개 산맥과는 달리, 한반도에는 48개의 크고 작은 산맥들이 형성돼 있다. 지금의 교과서는 국토의 ‘등뼈’인 백두대간이 단절된 것으로 가르치고 있으나,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1,494㎞에 걸쳐 면면히 뻗어 내리고 있다. 백두대간의 온전함이 또 다른 감동으로 와 닿는다. 반면 낭림·묘향·차령·노령산맥 등은 실재하지 않거나 방향과 위치가 크게 잘못돼 있다니 기가 막힌다.
‘대동여지도’ 등 조상의 실증적 업적을 무시하고 100년간 허상을 쫓아 엉터리 산맥지도로 국민을 가르쳐 온 지리학계는 크게 반성하고 학문적 검증을 거쳐 하루빨리 정확한 지식을 보급해야 한다. 남들은 화성과 목성을 탐사하는 시대에, 제 국토의 산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나태가 할 말을 잃게 한다.
반면 뒤늦게나마 수많은 고지도와 컴퓨터, 위성영상 자료 등을 섭렵하고 현장답사를 했으며, 별도의 학술연구단체까지 만들어 실증주의적 작업을 해 온 이번 연구팀의 집념과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그들의 희망처럼, 새로 찾아낸 산맥의 이름은 우리 정서에 맞게 아름답게 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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