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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인챈티드 월드' 시리즈 - 한자리 모인 세계 신화·전설·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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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인챈티드 월드' 시리즈 - 한자리 모인 세계 신화·전설·민담

입력
2005.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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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인간이 어떻게 태어났을까. 인간이 사유를 하면서부터 끊임없이 물어왔을 이 원초적인 질문에 정답은 없다. 핀란드에서는 하늘에서 바다로 추락한 여신인 물의 어머니가 잉태한 생명이 최초의 농부이자 이야기꾼인 첫 사람이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거인 반고가 다듬어놓은 땅과 하늘에 여신 여와가 진흙으로 인간을 빚었다고 했다. 아마존 밀림의 한 부족은 태초에 숲과 강을 만든 거대한 구렁이 아나콘다와 그 세 딸이 낮으로부터 밤을 갈랐다고 믿는다.

분홍개구리가 번역·출간한 미국 출판사 타임라이프의 ‘인챈티드 월드’(황홀한 세계) 시리즈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이 빚어낸 이야기들을 망라하고 있다. ‘인챈티드 월드’는 타임라이프가 새천년을 앞두고 1984년부터 그리스·로마 신화를 비롯해 북유럽 아프리카 남미 중국 인도 등 전세계 곳곳에 전승돼온 신화 전설 민담 등을 수집, 정리한 야심찬 기획. 주제별로 모두 21권으로 완결됐는데, 그 중 ‘천지창조’(이문희 옮김) ‘용’(김명주 옮김) ‘거인’(권민정 옮김) ‘사랑’(김기영 옮김) ‘마법’(박종윤 옮김) 등 5권이 우선 선보였다.

‘인챈티드 월드’에는 에로스와 프시케, 백설공주, 알라딘의 요술램프 등 널리 알려진 것도 있고 켈트 민담 같이 우리에게 낯선 이야기도 있다. 모든 이야기들이 새롭고 제각각이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것인지라 한편으로는 문화와 지역 시대에 따른 명백한 차이를, 다른 한편으로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은 인류 보편의 정서적 유대를 읽을 수 있다. ‘용’에서는 상상의 동물인 용을 두고 동양에선 신과 비등한 존재인 영물로 여긴 반면 서양에서는 악의 화신으로 보는 등 문명 간에 인식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신의 사랑을 받고도 인간과 맺어질 수밖에 없었던 님프 테티스처럼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거나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적 사랑의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사랑’을 보면 사랑의 본질은 누구나 공감할만하다.

우리 전래 민담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천지창조’에서 만날 수 있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고유의 정서 대로라면 호랑이에 대한 친밀감과 경외감이 반반이지만 여기서는 잔혹한 야수성이 두드러지는 등 생경함을 지울 수가 없다.

줄거리 중심으로 소개한 탓에 읽는 맛은 기대에 못 미친다. 신화읽기 열풍의 진원지가 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와 유사한 컨셉이려니 하며 책을 집어 든 독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야 라파엘로 등 거장 화가의 명화를 비롯한 일러스트레이터 100인이 그린 섬세한 삽화들이 글로 미처 전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충분히 채워주고 있다. ‘물의 정령’ ‘요정’ ‘난장이’ ‘유령’ 등도 올해 안으로 나올 예정이다. 각 권 1만7,500원.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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