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타밀나두주 비룬타마바디의 8살 소녀 카비타는 매일 같은 그림을 그린다. 지진해일을 나타내는 삐뚤삐뚤한 선 사이로 엄마 아빠 그리고 집이 들어 있다.
스리랑카 남부 골의 12살 소녀 리가나는 말을 잃었다. 리가나는 부모가 파도에 휩쓸리는 걸 나무에 매달려 지켜봤다.
리가나와 지진해일 고아 350명을 돌보는 구호 관계자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한 뒤 얘기를 나누며 다가서려 하지만 아이들은 자꾸 자기 내면 세계로만 도망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지진해일 피해 어린이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지원이 국제 사회의 긴박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호 전문가들은 피해 어린이들을 ‘쓰나미(지진해일)세대’라 부르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지진해일로 육체적 정신적 피해?입은 ‘쓰나미 세대’는 최소한 150만명. 인도네시아에서만 3만5,000명이 고아가 됐고, 많은 어린이들이 폐허를 헤매며 인신매매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UNICEF 관계자는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어려움을 이겨낼 힘이 부족하다"며 "영양실조나 전염병 대책도 시급하지만 적절한 심리상담이 없으면 ‘쓰나미 세대’에 앞으로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전문사이트 WebMD에 따르면 피해지역 어른의 20% 정도가 우울증, 극도의 불안감 등에 시달리지만 어린이는 절반 이상이 이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CNN과 MSNBC 등 외신들은 ‘쓰나미 세대’가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등 엄청난 충격 속에서 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가 국내외 입양을 금지한 것 외에 ‘쓰나미 세대’에 대한 대책은 거의 전무한 형편이다. 아직까진 식량 공급, 예방 접종 등 긴급 구호에도 힘이 달리기 때문이다.
구호 전문가들은 ‘쓰나미 세대’를 위해 교사들에게 정신상담 교육을 시키고 학교를 빨리 다시 열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이 또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인도네시아에서만 교사가 1,000명이 숨지는 등 많은 피해지역에서 교사들이 죽거나 실종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태국에선 고아들이 빚더미에 올라앉는 황당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통통 잔타랑수 태국 법무부 차관은 "고아 중 상당수가 부모가 남긴 물품 대금 등을 대신 갚아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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