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7일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중도 하차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과거보다 미래와 경제에 중점을 두는 국정 기조를 내세우며 새 출발을 하려던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 해외순방 이후 국정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을 계기로 경제 살리기와 ‘보수와의 화해’에 본격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파동으로 새로운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내려던 계획은 다소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버티던 이 부총리가 오후 사의를 표명한 것은 자신의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부총리는 최근 "장남이 2001년 한국 국적을 포기한 뒤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밝혔으나 장남(38)은 국내에 계속 거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의 아들이 국적을 포기한 지 한달 만에 이 부총리 땅 위에 지어진 건물의 소유주로 등록한 사실도 드러났다. 게다가 자신의 장남이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이 연세대 화공과 교수로 재직할 때 그 학과에 외국인·재외국민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했던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이 부총리는 손을 들었다.
시민단체와 야당 등이 이 부총리 임명 철회를 주장하는 가운데 정봉주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인사들까지 나서서 "이 부총리가 스스로 결단하라"고 촉구한 것도 사퇴를 유도한 배경이 됐다. 청와대 일부에서도 이 부총리 용퇴론이 거론됐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가 사퇴 권유는 하지 않았다"면서 "오후 6시30분에 이 부총리가 기자회견 직후 교육부차관을 통해 사의를 공식 전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 부총리의 기자회견 계획을 사전에 보고 받았으며 회견 직후에 김우식 비서실장 등 일부 보좌진들이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말 국민들께 면목이 없게 됐다"면서 "이 부총리가 용단을 내려줘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부총리 사퇴를 수리한 뒤 좀더 철저한 검증을 거쳐 교육부총리를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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