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가 국회 법사위의 의뢰를 받아 조사·작성한 ‘친일파 축재과정 등에 대한 연구’는 친일파 소유의 토지가 엄청난 규모라는 사실에다 이를 돌려받으려는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반환소송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 찾기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7일 보고서에서 밝혀진 친일파 송병준과 이완용이 소유한 일제 당시 토지 100만여평은 시가로 환산하면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러나 보고서를 발표한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은 "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현재 국가자료가 정리된 곳이 경기와 강원 일부에 불과해 향후 전면적 조사를 거치면 수백만평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친일파 재산이 추가 발견되는 과정에서 후손들의 반환소송이 무분별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보고서에서도 국가가 관리하는 일본인 명의의 땅과 창씨 개명한 한국인의 땅 가운데 친일파의 땅이 다수 섞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이번 조사에선 이미 알려진 친일파 관련 재산반환소송 27건 외에도 윤덕영, 이해창, 이기용, 남정철 등 4건의 소송 사례도 추가로 밝혀졌다. 이로써 친일파 소송은 모두 31건이 됐다. 소송은 1990년대 초 이완용의 후손이 서울 북아현동 712평 대지(시가 30억대)에 대한 소송에서 승소한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90년 이전에는 1건에 불과했던 것이 90년대 23건으로 늘었고, 2000년 이후엔 7건을 기록하고 있다.
최 의원은 "친일파 후손들의 무분별한 소송을 원천 봉쇄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을 조만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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