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도덕성 문제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은 청와대와 내각에 몰아 닥칠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부총리를 추천, 검증한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 과정에 관여한 인사들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적 인연이나 태만으로 도덕성에 하자가 있는 부총리 후보를 노무현 대통령에 올린 관계자가 있다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만약 노 대통령이 이번 파문을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인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식한다면 후속 인사는 단순히 교육부총리 한 자리를 채우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관련 핵심 인사들을 추가로 경질하는 문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누가 이 부총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부총리와 ‘45년 지기’인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얘기가 끊이질 않는다. 김 실장과 이 부총리는 모두 충남 출신의 화학공학자로 공동 저서 5권을 낼 정도로 끈끈한 사이였기 때문에 김 실장에게 책임론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인사 추천을 담당하는 정찬용 인사수석도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 수석은 인재 데이터베이스에서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 등 3~4명을 후보군으로 골라 인사추천회의에 보고했다. 정 수석은 개각 후에도 기자실을 찾아 "이 부총리는 판공비를 과다하게 사용했으나 개인적으로 쓰지는 않았다"고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하는 등 안이하게 대응했다.
검증 작업을 했던 박정규 민정수석도 곤혹스럽게 됐다. 민정수석실은 이 부총리 아들이 수원에 건물을 갖고 있는 것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하는 등 검증 작업에 허점을 드러냈다.
인사추천회의에 참석하는 다른 보좌진들도 부분적으로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비서실장, 인사, 민정수석 외에도 추천회의에 참석하는 정책실장, 시민사회수석, 홍보수석 등도 최선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도의적 책임은 갖고 있다.
인사추천회의가 책임을 공유해야 할 상황이어서 비서실장을 비롯 수석·보좌관들이 집단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다수의 수석·보좌관은 사의 표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만일 이들이 집단 사의를 표명하게 되면 청와대비서실 개편이 단행될 수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각료 제청권을 갖고 있는 이해찬 총리도 이 부총리 천거에 적극 참여했다"면서 이 총리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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